진보 좌익의 소리

국민들로 부터 ‘팽(烹)’ 확인한 민주당, 불안한 한나라당‘

이경희330 2010. 8. 1. 01:26

MB는 등장하지 않았다

민주당에서 ‘최소 6석은 기대한다’고 소문냈던 잔치에서, 정말 민주당이 승리했더라면 한나라당의 행보는 오히려 단순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이없이 민주당이 참패함으로써 한나라당의 향후 행보는 좀 더 복잡해지게 되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예상대로 민주당이 승리했다면 한나라당은 장충체육관에서 전당대회 열어 재창당에 준하는 쇄신운동을 펼치고 ‘MB인형’을 만들어 몽둥이로 때렸을 것이다. 국민에게 “한나라당은 MB와 절대 친하지 않습니다.”를 어떻게든 보여줘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넙죽 절했다. ‘민심에 승복하라’던 민주당은 혼란에 휩싸였다.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인천 계양과 천안에서 허를 찔렸고, 후보단일화에 극적으로 성공했던 은평과 충주에서는 처참하게 패배했다.

 

박영선 의원이 ‘6석은 기대한다’고 말할 때부터, 망조의 징조를 보았다. 그때가 언제였느냐면 이재오가 ‘48시간 철야 선거운동’에 돌입했던 때였다. 국민권익위원장이라는 허술한 감투를 가지고도 국무위원들에게 호통을 쳤던 ‘왕의 남자’가 “살려만 달라”고 잠 안 자고, 허리를 숙이고 한 표 한 표 챙기던 시점이었다.

왜 6.2 지방선거에서는 그토록 MB를 싫어했던 국민들이 이번 7·28 재보선에서는 민주당을 외면했나. 이광재 동정표만 없었더라면 원주도 졌을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 대참패인 이런 결과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나. 도대체 왜? 왜? 왜?

 

이번 선거에서 MB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낼 수 있는 최고의 후보들을 출마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승리했다. 잠시 기억을 되짚어 본다면, 6.2 지방선거는 MB가 주도한 선거였다. 그 대미는 5월 24일 전쟁기념관에서 연출한 대국민담화였다. 준엄하게 북한에 책임을 묻겠다는 MB는 그 이후로도 계속 힐러리 만나고,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 열고 지방선거를 자기 얼굴로 끌고나갔다. 그리고는 대참패했다.


6.2 지방선거, 승리로 이끌었던 야당의 간판 

6.2 지방선거 후 여론조사(중앙일보 6.8)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표를 준 이유를 보자.

- 이명박 정권이 잘못했기 때문에 (79.2%)
-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나아서 (8.8%)
- 민주당이 잘해서 (2.4%)

 

 

반면 승리한 야당의 간판은 누구였나? 누가 79.2%의 국민들로 하여금 “아, MB를 지지해주면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나. 노풍, 당연히 노풍은 커다란 위력을 발휘했다. 현역 출마 후보자 중에서 찾는다면, 단연 유시민이었다.

 

파란 매직으로 쓰여진 ‘1번 어뢰’ 증거를 가지고 야당을 파상공세 식으로 몰아치던 천안함 정국 시절에 “MB정부, 당신이 책임지쇼”라고 TV 토론에서 호쾌한 ‘논리전’을 이끌던 공중전의 맹장은 유시민이었다. 뭔가 미심쩍어했던 국민들에게 대안논리를 제공했던 것이다. 수도권을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대규모 자발적 청중을 불러 모았던 ‘유시민 열풍’이 불지 않았더라면 수도권에서의 대승리는 불가능했다.

 

아니라고? 민주당의 힘이었다고 생각하나? 참담하게 끝난 이번 선거 결과를 보라. 선거는 무서운 결과물을 낳는다. 6.2 지방선거 끝나고, 한나라당 선거에서 MB는 사라졌다. 7·28 재보선 후유증은 정세균 & 장상 아웃이다. 두고 보라. 그 얼굴로 다른 선거 못 치른다.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명숙의 역할도 무시 못하지만, TV토론에서 느꼈듯이 거듭된 법정투쟁으로 인해 그는 준비가 충분하진 못했고,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도 제 몫을 충분히 다 한 훌륭한 후보이나 여기에서는 ‘간판’을 논하고자 한다.)  

 

대참패 이후 민주당은 고민은 사실 복잡하다. 앞으로 누구 얼굴로 선거를 치러야 하나.

- 정세균은 이번 대참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
- 정동영은 5백만 표로 진 MB의 상대로 스스로 적합하다고 보는가?
- 손학규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자신을 조롱하던 MB를 상대할 자신이 있는가?
  ‘(한나라당을 떠나도) 시베리아겠지만, (한나라당에 있어도) 시베리아일 것’

민주당이 건강한 당이라면 ‘정당’의 취지에 맞게 MB를 상대하고 민심을 수렴할 수 있는 인사를 영입하던지, 쇄신해야 하는데 언론을 통해 여전히 등장하는 이름은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이다. 그러나 이 이름에 국민들은 감동하지 않는다. 안상수와 뭐가 다른가.


민주당 자폭으로 대승한 한나라당의 불안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한나라당은 불안하다. 만일 6.2 지방선거 승리의 주역인 유시민 간판의 선거에서 승리했더라면 득의만만했을 것이다. 민심은 우리 편이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간판은 정세균 & 장상이었다.

 

솔직히 이건 이겼다고 하기 어렵다. 상대가 스스로 진 선거였다.

만일 2년 후 총선에서 야당에서 ‘MB가 너무 싫다. 심판해야 한다’고 만들 수 있는 간판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악몽과도 같은 6.2 지방선거의 재판이 될 것임을 이들은 잘 안다. 극우보수세력들은 권력의 냄새 맡는 데에는 귀재이기 때문이다.

6. 2 선거의 대참패 이후 이들이 체득한 승리 법칙은 2개다.

  • Rule No. 1 - MB를 전면에 등장시키지 마라
  • Rule No. 2 - Rule No.1을 절대 깨지 마라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MB는 이번과 같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야권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공중전을 주도할 새 간판을 발견하라. 그리고 은평을에서와 같은 야권연대 방식, 앞으로 하지 마라. 야권연대 ‘매뉴얼’을 만들어라. 그때, 그때 다른 후보선정 방식은 구시대적이다 못해, 야합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국민은 그런 행태에 감동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부천사람사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