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KAIST 총장 “최고 대학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 KAIST 개혁을 이끌고 있는 서남표 총장은“테뉴어의 엄격한 심사는 고통스런 과정이었지만 한국 대학이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DB
'정년보장 무더기 탈락' 교수사회 개혁 나선 서남표 KAIST 총장 “美 명문대도 정년보장 교수는 30~50%밖에 안돼 탈락한 사람도 세계적인 연구성과 내면 구제 가능 생명공학 교수진 20명중 10명, 외국인 영입할 것”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15명이 테뉴어(tenure·정년 보장 교수직) 심사에서 탈락한 사실이 알려지자, 교수 사회가 “이제 KAIST처럼 테뉴어 심사가 모든 대학에서 강화되지 않겠느냐”며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철밥통’이란 인식이 강했던 교수 사회를 개혁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같은 KAIST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서남표(71) 총장은 “동료 교수들에 대한 심사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면서도 “한국 대학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서 총장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번 ‘테뉴어 심사’ 결과가 불러온 파장이 크다.
“KAIST의 테뉴어 정책은 미국 최고인 MIT, 하버드, 스탠퍼드 대학과 비슷하다. 심사하는 사람부터 심사 대상인 교수들까지 관련된 모든 분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
―KAIST 테뉴어 심사기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강화된 심사는 크게 세 가지로 교수들의 논문을 국내외 학자 10명에게 보내 평가서신〈review letter〉을 받고, 연구성과와 논문·강의평가·연구비 수주실적을 평가한 후, 마지막으로 인사위원회 토론을 반영했다.)
“미국 명문대학에서는 교수 중 약 30~50% 정도만 테뉴어를 받는다.(KAIST는 이번 심사에서 대상자 중 57%가 통과했음.) 그래서 교수들은 테뉴어를 받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고 경쟁한다. 그래야 교수 본인도 살고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탈락한 교수들은 구제될 수 있나?
“앞으로 1∼2년 남은 재계약 기간 안에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면 된다. 우리는 논문의 수가 아닌 질로 교수를 평가한다. 테뉴어 심사 때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국내 및 외국학자에게 인정을 받으면 된다. 만약 그러지 못하면 KAIST를 떠나야 한다.”
―작년 7월 총장 취임 후 KAIST 교수 사회에 철저한 인센티브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대학의 핵심은 교육이다. 매 학기 후 학생이 강의 평가를 해 우수한 평점을 받은 교수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 테뉴어가 없는 교수들은 테뉴어를 받기 위해 열심히 연구한다. 테뉴어를 받은 교수들도 교육과 연구 평가에 따라 보너스를 차등 지급한다.”
―미국과 한국에서 가르쳤는데 두 나라 교수 사회를 비교하면.
“한국 교수들의 연구가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일반인들이 평균 주당 40시간 일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세계적인 대학을 키우려면 교수들은 적어도 주당 60~80시간(하루 10시간 이상)을 연구하고 일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 수업료는 미국 대학의 20~30%이지만 교수 월급은 미국과 비교해 나쁘지 않다. 한국 대학들이 재정 수지를 맞추려고 많은 학생을 받으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교수가 많은 수의 학생을 매니지(관리)하는 형태가 되니까 창의적인 연구가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과 한국 학생들 수준은 어떻게 다른가?
“KAIST나 서울대 입학생의 수준은 이미 미국 어느 대학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세계적이다. 이 우수한 인재들을 세계적인 리더로 키우지 못한다면 대학의 책임, 교수들의 책임이다.”
―신입생들에게 설계디자인을 필수과목으로 수강시키고, 영어수업도 듣게 하는 이유는?
“설계디자인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일 것이다. 세계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내 이를 종합적으로 디자인하여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신입생 영어수업은 처음에는 교수도 학생도 서로 어려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한 학기가 지난 후 학생들의 반응은 ‘할 만하고, 계속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3년 후 KAIST 학부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게 된다.”
―한국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의 국제화 정도를 평가해 달라.
“외국 교수와 외국 학생이 너무 없다. 학교들의 순혈(純血)주의(교수 임용 때 자기 학교 출신을 우대하는 정책) 또한 너무 심하다. 하버드대와 MIT 등은 교수의 50%가 외국인이다. 또 다른 대학 출신들이 이들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외국 대학과 교류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 우수하다는 평가만 있으면 인종이나 국적, 학교를 불문하고 불러오는 것이다. KAIST는 새로 충원할 생명공학 분야 교수진 20명 중 10명을 외국인 교수로 영입할 계획이다.”
―한국 대학들이 국제 대학순위에서 낮은 단계에 머물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선진국가들이 오늘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정부가 충분한 투자를 해 대학을 키웠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1년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을 가진 대학이 60곳이 넘는다. 우리도 세계 최고의 대학이 나올 때까지 ‘선택과 집중’을 해 키워야 한다.”
―50여 년 만에 귀국해서 느낀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아이들이 너무 짜인 각본대로 자란다는 것이다. 부모가 정해준 계획표대로 부모가 보내주는 학원에서만 공부한 아이들이 나중에 얼마나 큰 인물이 될지 의문이다. 이런 아이들이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정부의 규제가 많다는 것이다. 대학에 예산을 주면서 왜 일일이 항목별로 용도를 달아서 주나. 사후에 검증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알겠지만 대학에 그 정도의 자율성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조기유학 붐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많은 학생이 글로벌 환경을 접하고 나중에 조국을 위해 봉사하면 좋은 일이다. 문제는 조기유학의 원인이 한국교육의 실패에 있다는 것이다. 공교육의 붕괴, 엄청난 사교육비로 인해 해외로 떠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다. 또 조기유학으로 인한 계층간 불평등 문제도 있다. 집안에 여유 있는 아이들만 조기유학 기회를 잡고 이들이 나중에 사회 지도층이 되는 것은 문제다.”
―딸 넷을 모두 잘 키운 것으로 소문이 났다. 자녀 교육의 철학이 있다면?
“첫째 딸은 뉴욕타임스 에디터, 둘째는 하버드대 환경과학대 교수, 셋째는 IBM재단 사회공헌부문 담당자, 넷째는 다큐멘터리 제작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늘 “네가 좋아하는 길을 찾아 개척하라”고 가르쳤다. 잔소리보다는 부모가 스스로 모범을 보여주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서남표 총장은=서울사대부고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외국 학자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를 나와 카네기멜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36년간 MIT 교수로 재직했다. 제품설계와 정부 기업조직에 활용되는 공리적 설계(Axiomatic Design)론을 정립했으며 MIT 학과장으로 있을 때는 ‘융합(convergence) 학문 개념’을 도입했다. 연간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배분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공학담당 부총재를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7월 KAIST 총장에 취임했다.(조선)
'정년보장 무더기 탈락' 교수사회 개혁 나선 서남표 KAIST 총장 “美 명문대도 정년보장 교수는 30~50%밖에 안돼 탈락한 사람도 세계적인 연구성과 내면 구제 가능 생명공학 교수진 20명중 10명, 외국인 영입할 것”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15명이 테뉴어(tenure·정년 보장 교수직) 심사에서 탈락한 사실이 알려지자, 교수 사회가 “이제 KAIST처럼 테뉴어 심사가 모든 대학에서 강화되지 않겠느냐”며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철밥통’이란 인식이 강했던 교수 사회를 개혁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같은 KAIST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서남표(71) 총장은 “동료 교수들에 대한 심사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면서도 “한국 대학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서 총장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번 ‘테뉴어 심사’ 결과가 불러온 파장이 크다.
“KAIST의 테뉴어 정책은 미국 최고인 MIT, 하버드, 스탠퍼드 대학과 비슷하다. 심사하는 사람부터 심사 대상인 교수들까지 관련된 모든 분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
―KAIST 테뉴어 심사기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강화된 심사는 크게 세 가지로 교수들의 논문을 국내외 학자 10명에게 보내 평가서신〈review letter〉을 받고, 연구성과와 논문·강의평가·연구비 수주실적을 평가한 후, 마지막으로 인사위원회 토론을 반영했다.)
“미국 명문대학에서는 교수 중 약 30~50% 정도만 테뉴어를 받는다.(KAIST는 이번 심사에서 대상자 중 57%가 통과했음.) 그래서 교수들은 테뉴어를 받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고 경쟁한다. 그래야 교수 본인도 살고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탈락한 교수들은 구제될 수 있나?
“앞으로 1∼2년 남은 재계약 기간 안에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면 된다. 우리는 논문의 수가 아닌 질로 교수를 평가한다. 테뉴어 심사 때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국내 및 외국학자에게 인정을 받으면 된다. 만약 그러지 못하면 KAIST를 떠나야 한다.”
―작년 7월 총장 취임 후 KAIST 교수 사회에 철저한 인센티브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대학의 핵심은 교육이다. 매 학기 후 학생이 강의 평가를 해 우수한 평점을 받은 교수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 테뉴어가 없는 교수들은 테뉴어를 받기 위해 열심히 연구한다. 테뉴어를 받은 교수들도 교육과 연구 평가에 따라 보너스를 차등 지급한다.”
―미국과 한국에서 가르쳤는데 두 나라 교수 사회를 비교하면.
“한국 교수들의 연구가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일반인들이 평균 주당 40시간 일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세계적인 대학을 키우려면 교수들은 적어도 주당 60~80시간(하루 10시간 이상)을 연구하고 일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 수업료는 미국 대학의 20~30%이지만 교수 월급은 미국과 비교해 나쁘지 않다. 한국 대학들이 재정 수지를 맞추려고 많은 학생을 받으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교수가 많은 수의 학생을 매니지(관리)하는 형태가 되니까 창의적인 연구가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과 한국 학생들 수준은 어떻게 다른가?
“KAIST나 서울대 입학생의 수준은 이미 미국 어느 대학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세계적이다. 이 우수한 인재들을 세계적인 리더로 키우지 못한다면 대학의 책임, 교수들의 책임이다.”
―신입생들에게 설계디자인을 필수과목으로 수강시키고, 영어수업도 듣게 하는 이유는?
“설계디자인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일 것이다. 세계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내 이를 종합적으로 디자인하여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신입생 영어수업은 처음에는 교수도 학생도 서로 어려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한 학기가 지난 후 학생들의 반응은 ‘할 만하고, 계속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3년 후 KAIST 학부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게 된다.”
―한국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의 국제화 정도를 평가해 달라.
“외국 교수와 외국 학생이 너무 없다. 학교들의 순혈(純血)주의(교수 임용 때 자기 학교 출신을 우대하는 정책) 또한 너무 심하다. 하버드대와 MIT 등은 교수의 50%가 외국인이다. 또 다른 대학 출신들이 이들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외국 대학과 교류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 우수하다는 평가만 있으면 인종이나 국적, 학교를 불문하고 불러오는 것이다. KAIST는 새로 충원할 생명공학 분야 교수진 20명 중 10명을 외국인 교수로 영입할 계획이다.”
―한국 대학들이 국제 대학순위에서 낮은 단계에 머물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선진국가들이 오늘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정부가 충분한 투자를 해 대학을 키웠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1년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을 가진 대학이 60곳이 넘는다. 우리도 세계 최고의 대학이 나올 때까지 ‘선택과 집중’을 해 키워야 한다.”
―50여 년 만에 귀국해서 느낀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아이들이 너무 짜인 각본대로 자란다는 것이다. 부모가 정해준 계획표대로 부모가 보내주는 학원에서만 공부한 아이들이 나중에 얼마나 큰 인물이 될지 의문이다. 이런 아이들이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정부의 규제가 많다는 것이다. 대학에 예산을 주면서 왜 일일이 항목별로 용도를 달아서 주나. 사후에 검증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알겠지만 대학에 그 정도의 자율성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조기유학 붐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많은 학생이 글로벌 환경을 접하고 나중에 조국을 위해 봉사하면 좋은 일이다. 문제는 조기유학의 원인이 한국교육의 실패에 있다는 것이다. 공교육의 붕괴, 엄청난 사교육비로 인해 해외로 떠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다. 또 조기유학으로 인한 계층간 불평등 문제도 있다. 집안에 여유 있는 아이들만 조기유학 기회를 잡고 이들이 나중에 사회 지도층이 되는 것은 문제다.”
―딸 넷을 모두 잘 키운 것으로 소문이 났다. 자녀 교육의 철학이 있다면?
“첫째 딸은 뉴욕타임스 에디터, 둘째는 하버드대 환경과학대 교수, 셋째는 IBM재단 사회공헌부문 담당자, 넷째는 다큐멘터리 제작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늘 “네가 좋아하는 길을 찾아 개척하라”고 가르쳤다. 잔소리보다는 부모가 스스로 모범을 보여주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서남표 총장은=서울사대부고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외국 학자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를 나와 카네기멜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36년간 MIT 교수로 재직했다. 제품설계와 정부 기업조직에 활용되는 공리적 설계(Axiomatic Design)론을 정립했으며 MIT 학과장으로 있을 때는 ‘융합(convergence) 학문 개념’을 도입했다. 연간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배분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공학담당 부총재를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7월 KAIST 총장에 취임했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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