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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는 한국교회가 처한 현 상황을 매우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비판은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데, 교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들만의 언어로 사회와 격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20일 밤 서울 목동에 있는 CBS 공개홀에서는 '한국교회,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진중권 교수(중앙대)와 김민웅 교수(성공회대), 이문식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정책위원장)와 한철호 선교사(선교한국 상임위원장)가 나왔다. 진중권 교수, "인터넷에서는 이미 개독교"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가장 아프게 지적한 토론자는 진중권 교수. 진 교수는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볼 때는) 오히려 예수 믿는 사람들이 거짓말도 잘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아프간에 간 사람들이 선교가 아니라, 봉사를 하기 위해 갔다고 하지만 결국 그것을 통한 선교가 목적이 아니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의 선교를 '스텔스(레이다에 잡히지 않는 비행기-편집자 주) 선교'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처럼 비밀스럽게 한다는 얘기다. 또 "선교 지도를 그려놓고 예수를 믿는 지역과 예수를 안 믿는 지역을 나누는 모습을 교회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이번 아프간 사태를) 선교가 아니라, 봉사로 봐달라고 하는 건 기독교인만의 생각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4명의 토론자는 나름대로 방법을 제시했다. 김민웅 교수는 "한국교회가 예수의 삶과 말씀의 본질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스스로 세상과 멀어졌다는 얘기다. 예수가 이 땅에 왔을 때는 예수를 믿는 사람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어려운 얘기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언어로 말하고, 함께 느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원인을 교회 안에서 쓰는 언어와 사회에서 쓰는 언어가 따로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 교수 역시 이 생각에 동의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어떠한 일을 할 때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공장소에서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고 외치며 전도지를 돌리거나, 예수를 안 믿는 사람을 보면 측은하게 쳐다보는 행동을 교회 바깥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지순례(진 교수는 성지순례라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았다.)를 가서 하얀 장갑을 끼고 율동을 하는 모습을 서양 사람이 보면 모자란 행동이라고 했다. 이런 행위가 교회 안에서는 잘한다고 칭찬받겠지만, 사회의 눈으로 보면 상식에 어긋난 행동이라는 얘기다. 이문식 목사, "시민 교양이 필요하다" 이문식 목사는 시민 교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시민 교양을 키우기 위해 교회 안에서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이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사안을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 보려고 하고, 이런 생각이 강단에서 설교하는 목회자의 입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기독교인들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다른 종교나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피랍 사태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했다. 많은 누리꾼과 언론은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교회의 공격적 선교를 지목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렸다. 진 교수는 위험한 지역의 선교는 직접 들어가서 하는 것보다, 적신월사 등을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김민웅 교수는 오히려 위험한 지역에서의 봉사나 선교는 더욱 절실하다고 했다. 김민웅 교수는 한국 사회가 교회에 책임을 과도하게 묻고 있다고 했다. 가지 말라는 지역에 왜 갔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번 사태의 책임은 한국교회에도 있지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고 했다. 전쟁 지역이라도 들어가는 게 선교이며, 희생당한 사람이 있다면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오히려 살아 돌아온 인질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국 사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무자비한 폭력 사태에 대해 교회가 어떤 얘기를 해왔나는 문제가 더 큰 잘못이라고 했다.
한철호 선교사는 좀 다른 시각을 보였다. 이번 사태는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는 장기 선교사가 일으킨 문제가 아니고, 단기 선교를 간 사람들이 일으킨 문제라고 했다. 한 선교사는 그렇다고 단기선교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진 교수는 누리꾼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계기는 다른 데 있다고 말했다. 납치된 사람들이 아프간 여행 자제 문구가 붙어 있는 안내문 앞에서 사진을 찍은 모습을 본 뒤였다고 했다. 봉사 활동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정부도 자제하라고 하는 지역에 무리하게 사람을 보내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고, 상식적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누리꾼들이 한국교회를 향해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 선교사는 이해를 당부했다. 한국교회가 서구의 패권주의적 선교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걸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그동안 없었다고 했다. 또 한국교회의 선교가 10년에서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아직 미숙하다고 말했다. 그러면 앞으로 한국교회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진중권 교수는 한국교회가 신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목사가 권력을 예수를 위해 사용해야지, 헌금 잘 내는 장로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일부 한국교회 목사들이 구국기도회를 여는 모습을 보고, 언제부터 그렇게 애국했냐고 되물었다. 그렇게 공개적으로 기도하지 말고, 세금 내는 게 차라리 애국이라고 말했다. 또 사립학교법 재개정 투쟁 때 순교의 각오로 싸우겠다는 말을 듣고, 순교라는 단어를 희화화하지 말라고 했다. 정작 순교를 했어야 할 일제강점기에는 전부 신사참배 해놓고, 순교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이 단어를 거론한다고 말했다. 김민웅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부자가 되고, 살이 쪘다고 했다.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어 하는 욕망이 가득하다고 했다. 그러나 성서를 펼쳐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일상의 언어로 하나님나라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라고 충고했다. 교회가 갖고 있는 숭고한 정신과 일상이 만나는 노력을 치열하게 할 때 한국 사회를 감동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문식 목사는 본질을 찾자고 말했다. 용서와 나눔, 본질이 회복되면 사회와의 소통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진단이다. 한철호 선교사는 예수의 메시지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기독교공동체를 거부하는 사람은 많다며 모두 우리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의 메시지를 그대로 삶으로 살아낼 때 사회에 우리의 진심이 전달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9월 24일 낮 12시 CBS를 통해 방송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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