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출교생 “퇴학처분으로 우리 꿈은 또다시 갇혔다” | ||
2008 03/04 뉴스메이커 764호 | ||
김지윤씨를 만났다. 기자수첩에 프로필을 적어본다. ‘김지윤(24·여).’ 뒤이어 ‘고대 사회학과’라고 적으려는데, 손가락이 멈칫한다. 출교 처분이 내려진 2006년 4월 19일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녀의 이름을 고대 학적부에서 찾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1월 29일 서울중앙지법은 출교생 7명이 낸 ‘출교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음 날 학생들은 천막을 철거한 자리에 복학의 꿈을 세웠다. 기쁨은 턱없이 짧았다. 2월 14일 학교 측이 상벌위 재심의를 열고 학생들에게 퇴학 처분을 내린 것이다. 같은 날 학생들은 다시 천막을 세웠다. 665일 동안이나 저당잡혔던 그들의 청춘이 또다시 천막 속에 갇혔다. 퇴학 처분이 내려진 후 충격이 컸을 것 같다. “‘출교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판결이 나왔을 때 주위 분들 말을 들어보니 학교에서 항고를 하더라도 항고심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학교를 다닐 수 있다고 했다. 신임 총장도 복학을 약속했다. 3월에 복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천막을 철거했는데, 13일까지 학교에서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불길했다. 막상 퇴학 처분을 받고 나니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지난 2년간 어떻게 지냈나. “처음에는 공부도 좀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대인기피증이 생겨서 친구들도 잘 안 만났다. 학교에서 왜곡한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2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천막에서만 지내다가 나중에는 일주일에 두 번은 집에 들어가서 자기로 서로 합의했다. 결국에는 어차피 들어가지도 않는 집이라 방을 빼버렸다. 천막에서 자지 않는 날은 후배 집에서 잤다.” 지난 2년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천막 농성을 시작한 뒤로 몸이 많이 허약해졌다. 원래 잔병치레는 안 했는데, 천막 생활을 하다 보니 이래저래 아픈 데가 늘었다. 그래도 몸이 힘든 건 참을 만했다. 무엇보다 출교 결정이 나왔을 때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 아버지는 항상 ‘맏딸인 너는 우리 집의 자랑’이라며 유독 내게 애정을 쏟아주셨는데, 출교 결정이 내려졌을 때 ‘왜 네가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느냐’고 울면서 전화하셨다. 그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부모님은 무엇보다도 당신 딸의 앞날이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힘들어하신다.” 상벌위 재심의 때 분위기는 어땠나. “학생들이 참석할 수 없는 자리였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퇴학 처분 후 학교 관계자가 우리를 찾아온 적이 있다. 상벌위 위원들이 모두 13명인데, 재심의 때 재출교를 주장한 이들이 6명, 정학을 주장한 이들이 7명이었다고 했다. 다수결 원칙대로라면 당연히 정학 처분이 나와야 하는데, 그중 어윤대 총장파로 분류되는 교수들이 재출교를 강력히 주장하는 바람에 몇 차례 재표결을 거쳤다고 하더라. 결국 퇴학으로 결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듯하다.” 학교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임종인 의원이 기자회견장에서 ‘고대는 왜 법 위에 군림하려 하나. 학생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라’고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학교 측은 항소 자료에서 우리 중 일부가 민노당 당원이라는 점을 걸고 넘어졌다. 아버지가 그러셨다. ‘공당의 당원이라는 사실이 무슨 죄냐’고. 대학이 대학다웠으면 좋겠다. 대학은 비판과 진보의 요람이어야 하지 않나.”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진보적 언론인이 되고 싶었는데, 미래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무척 힘들다. 신임 총장이 취임 후 우리에게 ‘너희 꿈을 마음껏 펼쳐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들은 지 일주일 만에 우리 꿈은 또다시 천막에 갇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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