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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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려면 불안감 없애라
고려대 李 弼 商
요즈음 우리경제는 삶의 의지를 잃은 환자와 같다. 성장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좌절과 포기의 한숨소리가 크다. 경제의 근본적인 생명소는 소비와 투자이다. 소비와 투자의 선순환이 구축되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국민소득이 는다. 그래야 실업과 부채문제가 해결되고 경제가 다시 생명력을 찾는다.
먼저 우리경제는 극도의 소비위축 현상을 겪고 있다. 돈이 있는 사람들도 아예 소비할 생각을 안 한다. 이는 사실상 병든 환자에게 급식을 중단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소비가 계속 침체되면 기업들은 투자는커녕 물건이 안 팔려 더 쓰러 질 수밖에 없다. 현재 소비심리는 바닥을 모르는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전망조사에 따르면 6개월 후 소비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가 8개월 째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당분간 소비 심리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소비가 부진한 것은 고용불안과 신용불량 때문이다. 취직자리를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취업을 한 근로자들도 절반이 언제 쫒겨 날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다. 따라서 누구도 소비를 늘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신용불량문제로 걱정이 없는 가정이 드물다.
설상가상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추락하고 있다. 수출은 사상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투자는 계속 감소세이다. 기존 시설의 가동률을 높여 물건을 팔되 더 이상 투자위험부담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설비투자가 최악이다. 국내 총생산대비 설비투자는 8.9%에 불과하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다. 설비투자는 경제성장 잠재력의 원천이다. 이러한 설비투자가 소비심리 위축과 맞물려 경제를 움직이는 엔진 자체를 꺼뜨리고 있다.
정부는 시장경제개혁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업 및 부채해소를 위해 재정집행을 늘리는 등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이다. 대책을 내놓으면 비웃기라도 하듯이 소비와 투자심리는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경제주체들은 손을 놓고 자생의지마저 잃고 있는 건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다. 우리경제는 IMF위기를 극복했으나 그 대가로 실업, 신용불량, 재정부실, 대외예속 등의 심각한 문제를 떠안았다. 이런 상황에서 취해진 정부의 안일한 경제개혁과 부양정책들이 희망보다는 좌절을 안겨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중국에 밀려 우리경제는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하고 노력해도 취직의 길이 안 보인다.” “가계부채와 신용불량 문제는 파탄상태로 가고 있다.” “소득격차와 사회갈등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고임금과 노사분규 때문에 기업을 해도 안된다.” “돈을 벌어야 정치자금 아니면 세금으로 빼앗긴다.” “죽을 때까지 정치권은 싸우고 정부는 규제를 안 푼다.” 등 칠거지악의 불안이 우리경제의 소비와 투자의 숨을 막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 불안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경제회복의 길은 요원하다.
정부는 일단 경제에 대한 상황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다음 현재의 경제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정부는 규제혁파, 노사안정, 조세개혁 , 투명경영, 민생정치 등 경제주체들의 의욕회복과 시장 활성화를 자극하는 경제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다음 미래산업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여 기업들에게는 창업과 투자기회, 그리고 근로자들에게는 일자리 마련의 희망을 줘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도 더욱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서민들에게 재기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병을 고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의지이다. 아무리 좋은 처방이라도 환자가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허사가 된다. 결국 경제를 살리려면 정부부터 변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고 경제주체들이 의욕을 갖고 팔을 걷어 올리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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