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journal경제

경제는 심리, ‘불확실’보다는 ‘안정’이 중요

이경희330 2008. 7. 17. 23:26
[정경뉴스]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의 정책 입안이 갈수록 힘들어 지는 이유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만큼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각종 지표들을 통해 최대한 오차범위를 줄이는 한도 내에서 예측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되도록 많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살리기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을까. 이런 것은 있다. “반드시 경제를 살리겠다.”,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들겠다.”,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겠다.”,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국민과 소통하겠다.” 이런 말에 공감하지 않을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현실로 옮기려는 정부의 노력을 살펴보자. “국가경제를 살리는데 경상수지가 가장 중요하다.”, “한미 FTA로 34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인적쇄신을 단행하겠다.”

과연 최초에 국민들과 교감하고 함께 공감했던 내용들과 그 이후 나온 실천적인 내용들과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참으로 헷갈린다.

대다수 국민들은 서민

경제는 심리다. 또한 경제는 순환이다. 돈이 돌고 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 있는 돈은 모두 한 곳으로 쏠리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서민들의 돈이 저 아래에 안전하게 있는 일부 부유층에게 쏟아지고 있다.
경제에서 우선순위는 과연 무엇일까. 일단 소비가 이뤄져야 돈이 흐르고 일자리가 생긴다. 이게 소득이다. 그리고 다시 소비가 이뤄진다. 역으로 생각해 보자. 소득이 있어야 돈을 쓴다. 돈을 써야 일자리가 만들어 지고, 다시 소득이 발생한다. 자,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주어진다. 무엇을 앞에 내세울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이명박 정부는 일단 소득을 선택했다. 돈이 있어야 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역시 일자리는 대기업이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다. 최고 결정권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중요하게 작용한 순간이다. 없어도 써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행정을 하지 않고 경영을 했다는 증거다.

국민들 대다수는 서민들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일단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아주 적을지언정 돈이 필요하다. 수돗물만 먹고 사람은 살 수 없다.(수돗물도 돈이 든다) 결국 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돈을 써야한다. 이렇게 말하면 극단적인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까.

현재 한국사회는 극심한 양극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필상 고려대학교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초기 경제정책을 보자마자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의 위험을 수차례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 관료들은 “올해 아무리 어려워도 4%대 이상의 경제성장이 예상되는데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말로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연말 예상을 뛰어넘어 5%의 성장을 했다고 치자. 그 5%의 성장은 누구의 몫인가를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대다수 서민들의 경제는 마이너스로 돌아선지 이미 오래다.

물가정책 전면 수정해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밀가루가격 2.4%, 돼지고기 23.8%, 휘발유 8.1%, 학원비 3.7%, 목욕료 1.2% 상승했다. 특히 생필품 52개 품목으로 구성된 소위 ‘MB물가’가 6.6% 상승해 물가상승을 오히려 주도했다. 문제는 4월 수입물가 상승률 31% 중 환율 상승에 따른 요인이 10%에 달했고, 국제유가가 달러화 기준으로 32% 오를 때 원화 기준으로 50%나 올랐다. 경상수지를 의식한 고환율정책이 초래한 결과다.

2006년 말 대비 2008년 4월말 환율을 비교해보면 중국이 11.7% 절상, 싱가포르가 13.5% 절상, 말레이시아가 12.3% 절상된 반면 원화는 7.51% 절하됐다. 이처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물가안정을 위해 자국 통화 절상을 용인한데 비해, 유독 원화는 절하됐다. 이 정부 경제팀이 성장위주의 정책에 함몰돼 1970년대식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한데서 기인한다. 결과는 물을 보듯 뻔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몸담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아사직전이다. 국민들의 시름은 날로 커가고 있다.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수출촉진→기업 수익증대→투자 활성화→경기회복→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고환율→물가상승→소득감소→소비위축→성장률 저하의 악순환을 낳았다. 올 1/4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일자리는 오히려 지난정부보다 줄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일단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전반에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일련의 이런 사태를 겪으면서 일단 ‘성장’에서 ‘안정’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안정’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는 심리다. 들쑥날쑥한 상황보다는 다소 가라앉더라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 향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 역시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을 하나의 공동체로 놓고 본다면, 스스로 뽑아놓은 대통령을 부정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이야 민주주의의 당연한 수순이며 본질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실정에 대해 마치 ‘이 때가 기회’라는 식으로 편승한다면 가뜩이나 폭풍우를 만난 대한민국호는 결국 침몰하고 말 것이다. 김중현 기자 jhkim@mjk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