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이슈 부채질

강남구청장에 당선한 오세훈 시장?

이경희330 2010. 6. 3. 22:14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초접전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이번 선거 드라마의 정점을 장식하는 듯했던 서울시장 선거는 이로써 ‘오세훈 시장’의 재선으로 막을 내렸다.

 

오 후보는 한 후보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다 막판에 쏟아진 강남·서초·송파구의 몰표로 기사회생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인 이들 ‘강남 3구’의 뒷심이 없었다면 한 후보에게 자칫 서울시장 자리를 넘겨줄 수도 있었다.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가 얻은 13만표를 감안하면 승리를 자축하기엔 부끄러운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오 후보가 ‘서울시장’이 아니라 ‘강남구청장’에 당선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서울의 진짜 민심은 25곳의 기초단체장 선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선거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15곳의 승리를 점쳤다. 일부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20곳을 넘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강남 3구’와 중랑구를 뺀 21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깃발을 꽂았다. 4년 전 25대 0의 전패를 열린우리당에 안겼던 것에 비춰보면 경악스러운 반전이다. 서울의 이런 민심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심각한 내상을 입힐 것으로 분석된다.

 

오 후보와 한 후보의 대결은 종이 한장 두께만큼의 초박빙이었다. 3일 자정을 훌쩍 넘은 시각에도 1%포인트도 되지 않는 격차가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개표 초반엔 오 후보가 한 후보를 앞섰으나 2일 밤 9시를 넘기며 한 후보에게 선두를 내줬다. 오 후보는 3일 새벽 3시 이후에야 한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제칠 수 있었다. 이 무렵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강남지역의 표가 그의 추월을 지원했다.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동안 각 캠프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오 후보가 열세를 보이자 개표 방송 도중 자리를 뜨기도 했다. 시내 모처에 머물며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오 후보는 이날 밤늦게 캠프를 찾아 “서울시장은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기초단체장 판세를 보자면 한나라당 패색이 짙은 것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 후보 쪽에선 한 후보가 오 후보를 앞서갈 때마다 환호가 터져나왔다. 한 후보는 이날 밤 11시께 여의도 민주당사에 꾸려진 캠프 사무실을 찾아 “아직까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런 추세라면 당선도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강남지역에서 오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지면서 낙담으로 변했다.

 

서울의 접전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한 후보는 지난 4월9일 무죄판결 직후 오 후보를 바짝 따라붙었으나 천안함 침몰 사고가 터지자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민주당 안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이계안 후보와 텔레비전 토론 같은 공개적인 경쟁을 회피했던 것도 흠이 잡혔다. 오 후보와의 텔레비전 토론도 녹록하지 않았다. 민주당 안에서도 “수도권 중 서울이 가장 가망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막상 투표함이 열리자 대접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선 도저히 잡히지 않았던 심판론 표심이 한 후보에게 쏟아졌다. 출구조사 결과 한 후보가 오 후보를 0.2%포인트 차이로 이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승리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이런 뜻밖의 표심에 대해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유권자들은 보통 광역단체장이 선도하고 기초단체장들이 뒤따라가는 줄투표를 많이 했지만 이번엔 역으로 구청장 선택이 서울시장 투표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오 후보는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역대 최연소 재임 서울시장’이라는 기록을 새로이 썼다. 4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17일 만에 당선된 ‘신데렐라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벗고 차기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가는 길을 닦았다는 평가도 받게 됐다. 그는 당시 240만표(61.05%)로 최다 득표를 기록한 바 있다.

 

그에게 재선의 기회를 잡게 한 것은 3월 말 불어닥친 ‘북풍’이었다. 수도권의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안보위기론’은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인 50~60대를 그 앞으로 결집시켰다. 천안함 ‘블랙홀’은 5월의 ‘노풍’은 물론이거니와, 디자인 서울과 광화문 광장 문제 등 그의 재임 시절 이뤄진 서울시의 전시행정 논란까지도 삼켜버렸다.

 

당내 경선이라는 철저한 ‘예비전’을 치르며 맷집을 키운 것도 그의 본선 도전에 힘을 보탰다. 당내 경선에 나섰던 나경원, 원희룡 의원의 후보 단일화 등은 경선 ‘흥행’을 몰아와 재선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오 후보는 본선 토론회에서도 날선 질문과 또박또박한 답변으로 한 후보를 휘청이게 만들었고, 유권자들에게 ‘준비된 후보’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e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