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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시’ 미국 대통령 선거 매캐인, 오바마 후보 누가유리?

이경희330 2008. 9. 29. 23:50

북한 위기는 ‘추락하는 비행기’와 마찬가지

지난 9월 9일 북한정권 수립 6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한 김정일의 상태를 두고 한국은 물론 주변 4대 강국과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공산주의 속성상 통치자의 유고에 대해 수개월 또는 그 이상 내부에서 어떤 발표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이 기간 동안 권력투쟁이 본격화 되거나, 새로운 권력 구심점을 만들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정일 동태에 대해 미국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발표를 내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없던 일이다. 본보는 김정일의 최근 동태와 관련, 미국에서 본 북한의 최근 정세에 대한 긴급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 간 박빙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대선 이슈는 경제문제가 초점이지만, 국제 분야에 있어서 북한 핵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증폭될수록 매케인 후보가 선거에서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오는 11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제까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의회 조사국의 닉쉬 박사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면서 주한 미군 문제가 언론을 타게 되고 이는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안정과 평화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두 후보 사이의 이슈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북한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 위독설은 매케인 후보가 오바마 후보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케인 후보는 김 위원장을 ‘독재자’라 칭하고 북한 정권을 ‘미치광이 정권’에 비유하고 있다. 이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북한 핵과 인권 문제에 더 강력히 맞서겠다는 정강 정책까지 발표한 바 있다.
매케인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나는 오마바 후보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앞서간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오바마 후보는 “조건 없이 김정일을 만날 용의가 있고 대화로 핵 문제를 해결하자”며 북핵과 김 위원장에 대해 다소 온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힐러리의 낙마 이후 마땅한 지지후보를 찾지 못한 백인 여성 유권자들은 안보문제가 부각되면 안보에 강경한 입장을 갖는 후보를 선호하는 현상도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지난 9월9일 북한 정권 수립 60년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이 후 보름가량 흘렀지만 미국정부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는 최초 미국 행정부 고위관리가 김 위원장의 뇌졸중을 확인하고 이를 외부로 공개했던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유력 언론들도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서는 특별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고 있어 한국이나 일본 언론들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것은 아이러니다. 핵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인 김정일이 핵보다 덜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역설할 정도다.
이것이 과연 북한에 관한 정보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앞으로의 핵 협상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 정부의 이런 태도 자체가 김 위원장의 통치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워싱턴 북한 전문가 들은 내다봤다.
이들은 미국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남겨놓고 있는데다 부시 행정부 역시 북한 핵 문제가 지금 정도 수준을 유지하길 바라고 있어 김 위원장의 위독설은 부시 행정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건강이상' 연막전술

한편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으로 북한 권력핵심은 극심한 불안 상태에 있다는 분석이 미국 내 일부 정보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다. 과거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일한 정치 심리학자 제럴드 포스트 박사는 지난 15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권력 엘리트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달 중순께 쓰러진 뒤, 김 위원장을 기반으로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어려워 질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들은 현재 극심한 불안과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과 인민군 권력핵심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을 숨기기 위해 온갖 연막전술을 펼치면서 김 위원장이 북한을 잘 통치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고 포스트 박사는 분석했다. 현재 조지워싱턴 대학교의 정치심리학과장인 포스트 박사는 지난 21년 동안 미국 중앙 정보국에서 전 세계 독재자들과 지도자들의 심리분석을 제공해온 전문가다.
그는 “김정일이 전권을 휘두르고 있는 북한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갇힌 임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는 독재자가 병들어 무능력해지면 측근세력이 기력을 잃은 뒤에도 독재자를 떠받들게 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핵심계층 안에서도 김정일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간에 권력 투쟁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지금은 혼란스럽고 상반된 정보가 북한 밖으로 흘러나오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포스트 박사는 김 위원장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그의 건강이상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포스트 박사는 “뇌졸중은 호전될 수도 있지만 후유증을 겪을지를 두고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일의 경우 당뇨와 심장병도 있어 건강이상 문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정책 결정자들에게 수시로 조언을 하고 있는 포스트박사는 최근 언론보도처럼 김정일의 병세가 완연히 회복될 경우 자신이 거동할 수 없을 동안에 행해진 핵 불능화 중단선언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음을 점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8월 26일 핵 불능화 작업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포스트 박사는 “미국은 김 위원장이 쓰러진 시점이 그 이전이라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김정일은 군부의 강한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핵 불능화에 합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마 김정일이 쓰러진 사이, 군부가 자의적으로 핵 불능화 중단선언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포스트 박사는 과거 이란 호메이니와 권력핵심들의 움직임을 유사한 예로 들었다. 이란의 독재자 호메이니가 잠시 병이 들어 제대로 통치를 할 수 없게되자, 일부 측근들은 마치 호메이니가 결정한 것처럼 전권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메이니가 건강을 회복해 의사결정에 다시 참여하자 자신이 없는 사이 측근들이 내린 대부분의 결정을 뒤집었다고 포스트 박사는 덧붙였다.

 

 

군사정권 대두설

전직 CIA 간부는 “김정일 유고시 후계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군부 간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만약 김 위원장이 사망하거나 건강악화로 공식 무대에서 사라질 경우 정치적 권력 공백을 매우기 위해 북한 군부 내 경쟁 세력들이 권력 장악을 위해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CIA 동아시아담당 정보관을 지낸 아트 브라운 씨는 “북한군부가 지금까지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지만 김 위원장이란 구심점이 사라질 경우 이들이 하나로 단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권력투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또 남한에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북한 장성집단에는 ‘다른 이해계층’이 존재한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킨 뒤, “현재 북한 군부의 내부 구조는 단일 기둥도, 단세포 조직도 아니며 일부 장성들의 충성도도 제각각이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씨는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 시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북한 군부의 동향”이라고 짚었다. 북한 군부 간 충돌 가능성은 아직까지 적지만 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김 위원장 유고시 권력투쟁에 나선 장성들은 아직 입지가 확고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 군부 사람들은 자신들의 입지도 확고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서로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고 아주 보수적인 성향을 띨 수밖에 없다”면서 “자연히 미국과 서방, 일본, 남한 등에 대한 이들의 태도도 경직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 유고시 북한에 확고한 권력구도가 자리 잡을 때까지는 일정 기간 동안 일종의 ‘임시 군사정권(junta)’ 같은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설 것으로 게 그의 전망이다.
브라운씨는 미 CIA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지역의 정보를 주로 다뤄왔고 지난 2002~2005년까지 동아시아 정보관으로 근무하면서 북한 관련 정보를 광범위하게 다뤄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알아주는 ‘북한통’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정치 해설가인 란코프는 그의 칼럼을 통해 “김정일은 후계자 임명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 질문의 정답을 아는 사람은 김정일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란코프는 이 문제에 대해 가설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란코프에 따르면 김정일은 대부분 북한 사람들과 달리 해외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북한 경제와 사회가 얼마나 낙후한지 이해하고 있다는 것. 김정일은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시도하면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은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할 경우 혹은 반대일 경우에도 북한 체제는 조만간 무너진다고 이미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추측이다. 이 가설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임명하지 않는 이유도 쉽게 드러난다.
김정일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지금의 북한체제를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이미 고장나 추락하고 있는 비행기의 조종간을 자식에게 맡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sundayjournal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