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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나에게 침묵을 강요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려 절필설이 나돌았던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의 인기논객 ‘미네르바’가

이경희330 2008. 11. 18. 23:57

“절필은 무슨 절필?” 미네르바, 아고라에서 ‘애국주의 광풍’ 경고
KBS 신설 ‘시사360’의 ‘왜곡방송’도 “이해한다” 언급
 
[데일리서프 하승주 기자] ‘국가가 나에게 침묵을 강요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려 절필설이 나돌았던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의 인기논객 ‘미네르바’가 18일 경제토론방에 “이제 조만간 대대적인 애국주의 광풍이 몰아칠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17일 밤 방영된 KBS '시사 360'을 언급했다. '시사360'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이병순 KBS사장이 정권에 비판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시사투나잇'을 폐지하는 대신 새로 신설한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에서는 '미네르바'를 실루엣 처리하여 이미지를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목소리도 명령조의 음습한 나레이션으로 편견을 조장하도록 방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누리꾼들은 이를 보고 "미네르바에게 '좌빨'의 이미지를 덧씌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네르바는 자신에 대해 ‘왜곡’한 방송내용에 대해 “저건 이해를 해 줘야죠”라고 글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방송에서 정부를 정면에서 부정하고 나서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철저하게 부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FRB 스왑을 말한 적은 있어도 IMF 스왑을 하라고 왜곡”한 내용에 대해서는 껄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분명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 FRB 스왑을 하라고 강력히 요구했고, IMF 스왑을 받을 경우 매우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KBS라는 공영방송에서의 한계를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너무 심한 왜곡이 이루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지적을 했다.

이어, 자신은 ‘경제 예측’을 한 것은 없으며, 다만 “극사실주의적 관점에서 1+1=2 라고 가르쳐 준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에 대해 부정적 보도를 한 KBS의 태도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미네르바는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대대적인 애국주의 열풍”이 불 것을 예고했다.

그간 한국경제의 대중적인 패턴은 늘 “경제위기 = 애국주의 열풍”으로 이어졌음을 상기하면서, 경제적인 대중선동의 핵심적인 폐해를 경고했다.

그는 97년 IMF 금모으기와 같은 사례를 ‘정부 차원의 극도로 잘 짜여진 시나리오로 이루어진 사실상 국가 주도의 플랜’이라고 진단했으며, 결국 “그 경제적 애국주의 열풍으로 우리는 뭘 얻고 뭘 잃어 버렸는가”를 되물었다.

이번 경제위기 국면에서도 뉴라이트를 비롯한 관변 시민단체들은 경제 애국주의 열풍을 위한 물밑작업을 시작할 것이며, 사상적 애국주의가 아닌 경제 애국주의는 매우 치밀해 졌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이젠 양떼 몰이를 할려고 해도 양들이 너무 똑똑해 졌고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연 또한번 국민들이 그 열풍에 속아 줄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이에 미네르바는 “정부는 ‘알고서 속아주기’라는 연극을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가스, 전기, 상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경제상황에서 정부가 공공요금으로 물가를 자극하는 나라는 처음 봤다면서, 이는 “불난 집에 휘발류를 뿌리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현재 극빈층에서 시달리고 있는 20대와 30대의 가난한 청춘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에 등록이 안된 젊은 20대나 30대 애들 중에 사실상 신 극빈층으로 분류된 애들이 최하 150만명선”이라고 말하면서, 이들 경제빈곤층은 그간 카드로 버텨 왔으니,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노년층은 두말할 것도 없고, 고용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4,50대’들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 겨울에 난방비 연체되었다고 가스를 끊어 버리는 일은 “칼들고 강도하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지적하면서, ‘어쨌건 겨울은 나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국가에 대해 되물었다. “그 잘나 빠진 일본 중국에서 달러 스왑을 하니 마니 하는 것”보다 최소한의 인권적 복지는 지켜 주어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는 말이다.

또한 “여태 지방 재정지원이나 복지기금으로 쓰면서 노인네들 무료 급식이나 소년소녀가장 지원을 하던 ‘종부세’를 없애고, 지방세를 추가신설”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그냥 죽여라, 이젠 서로 솔직해 지자”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를 ‘빨갱이’로 몰아가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너무 뻔해서 민망할 정도’로 분명히 예측을 했고, 그 예측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당연한 것이니 이해는 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는 염증이 생긴다”고 한탄하면서, “200% 분명하게 국가주의를 포장한 현대판 경제애국주의 열풍”을 경고했다.

이 애국주의에 휘몰리는 국민은 결국 “현대판 농노”에 불과하지만, 달라진 점은 “곡갱이 대신 컴퓨터를 쓴다는 것만 틀리다”고 지적했다. 과연 ‘곡갱이를 든 농노’는 애국주의 열풍의 본질을 꿰뚤어 보면서 자신의 생을 제대로 꾸려 갈 수 있을까?

경제위기의 시대, 미네르바가 걱정하는 지점은 바로 그곳이다.

하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