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 정치권이 김경준 씨의 한국 송환 문제와 국정감사 증인채택 여부로 인해 겉잡을 수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특히 범여권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대선후보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경준씨가 연말 대선에서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번 국감에서 그를 비롯한 무려 1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한편 미 연방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씨가 지난 7일 인신보호신청 항소를 전격 취하시키고 귀국 의사를 밝히자 이 후보측근인 김백준 전 서울 메트로 감사가 현지 변호인을 통해 민사소송 절차 진행을 이유로 김 씨의 귀국을 막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권에선 “이 후보가 언제는 빨리 들어오라고 했다가 정작 들어온다고 하니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며 이 후보가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현철(취재부 기자)
지난 8월 한나라당 경선에서 후보검증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으나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았던 ‘BBK 사건’이 대선 본선에서 다시 한 번 거센 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 정무위에서는 BBK 사건 관련 증인채택 문제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던 상황이서서 정치권에서는 ‘BBK 폭풍’의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BBK 사건’의 핵심은 이 후보의 연루 여부다. 이 후보와 BBK의 설립자인 김 씨는 지난 2000년초 만해도 ’LK- e 뱅크’라는 금융지주사를 설립한 ’동업자’였다. 때문에 BBK의 후신인 옵셔널벤처스가 저지른 주가조작 사건(2002년 2월까지 5천여 명의 소액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에 이 후보가 실제 관여했거나 최소한 이를 인지하지 않았겠느냐는 것.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당시 검찰과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 결과 자신이 무관하다는 결론이 났다고 일축하고 있으나 범여권에서는 BBK의 실소유주가 이 후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국감에서 이를 밝혀내겠다는 태세다.
이 후보측, 귀국저지 논란 전말
이런 가운데 김 씨의 귀국을 둘러싸고 이 후보의 측근이 김 씨의 귀국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야간의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01년 미국으로 도피한 뒤 우리 정부의 범죄인송환 요구에 따라 2003년 현지에서 체포돼 2005년 10월 송환 판결을 받았으나 ‘인신보호 청원’을 내고 항소심 절차를 진행 중이던 김 씨는 대선을 목전에 두고 항소를 포기하면서 귀국 의사를 밝혔다. 그가 귀국 의사를 밝힌 것은 LA에 거주하고 있는 김 씨의 정통한 소식통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이에 이 후보는 직접 한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빨리 들어와서 재판을 받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이 후보의 측근이 민사소송 재판 신문절차를 이유로 ‘귀국을 막아달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이 후보측은 “송환재판과 별도로 진행 중이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위해 현지 변호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신문 절차를 그대로 진행해 줄 것을 법원에 신청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범여권에선 “이명박 후보 대리인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가 미국 법원에 김씨의 항소 취하에 대한 판단을 미뤄달라는 판결유예를 신청한 것”이라며 ‘이중플레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양측 상황 역 반전 ‘음모론’제기
신당 측에선 이 후보가 남은 두 달 여만 잘 버티면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김 씨가 귀국할 경우 BBK 의혹이 대선정국의 ‘핫이슈’로 떠오를 것을 두려워해 의도적으로 귀국을 막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통합 민주신당 측은 “이 후보가 ‘김경준씨는 빨리 한국에 들어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후보의 소송대리인들은 정반대로 김 씨의 귀국을 저지하고 있다. 결국 이 후보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국회 정무위에서 BBK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을 반대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했는데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싶어서 이토록 과잉방어를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3년간 귀국을 거부해온 김 씨가 갑자기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한 것은 국내 형사처벌에 관해 모종의 바게인(흥정)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능케 한다”며 ‘여권발 정치공작’ 음모를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그러나 김 씨는 귀국하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한국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고 그의 형사처벌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범여권에서 그 처벌을 가볍게 해 주는 대가로 귀국을 종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은 지금의 정치상황으로 미뤄보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김 씨의 귀국 여부는 전적으로 미 법원과 국무부에 달려있다. 범인인도 송환 재판은 단심이기 때문에 민사소송과 관계없이 미 국무부 장관이 서명만하면 언제든지 송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김백준씨가 낸 귀국연기 요청과는 무관한 사안이다. 결국 그의 송환 결정과 귀국 시기여부는 미국 법원과 미 국무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더 이상 잃은 것이 없는 김경준 남매
결국 BBK주가조작사건의 진실 공방은 김경준씨가 귀국하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씨의 귀국 결정은 본인 스스로가 더 이상 잃은 것이 없다고 판단한 최악의 상황으로 보여지며 이명박 후보와 마지막 한판 전면전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씨는 BBK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BBK의 실제 소유주는 이명박 후보라고 시종 주장하고 나서고 있고 실제로 그런 자료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호(623호)에서 본지가 보도한 다스의 민사소송 관련자료에서 나타났듯이 50억원 문제도 김경준씨가 만든 것이 아니라 다스측 변호사가 만든 자료라는 점에서 의혹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두 사람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김경준씨의 누나 엘리카 김 변호사는 돈세탁, 허위세금보고 등 4건의 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되어 지난 11일 법원에서 유죄를 시인함으로써 변호사 자격까지 박탈당할 위기에 몰려있다(박스 기사 참조). 결국 정치권은 사면초가에 처한 김경준-엘리카 김 남매가 12월 한국 대선을 앞두고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엘리카 김 변호사는 주변 인사들에게 ‘신변만 보장해 준다면 증인으로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우에 따라 폭탄증언까지 나올 수도 있어 이래저래 12월 대선에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건의 불법 돈세탁과 2건의 금융기관 허위 세금보고 서류를 제출한 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되었던 에리카 김 변호사가 지난 11일 연방법원에 출두해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 내년 2월11일 선고공판을 받게 되었다. 연방지법 소장(CR 07-07-00853)에 따르면, 연방검찰은 애초 8개 항목의 혐의해 대해 기소하려 했으나 ‘프리바겐’으로 4개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되었다. 이에 따라 관심을 모아왔던 에리카 김 변호사가 동생 김경준씨가 한국에서 형사소추를 받고 미국으로 도주한 사건과 연계해 동생을 도운 일부 형사 혐의에 대해 일단 면소된 것으로 보인다. 리챠드 윤(취재부 기자)
연방검찰측도 이번 기소와 김경준씨 케이스와는 직접 연관시키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연방법원의 선고에 따라 변호사 자격 박탈 등을 포함한 전문직 활동에 심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 보호관찰형과 가택연금에 전자족쇄를 차야 할지도 모를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연방법원 소장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지난 2001년 8월 28일에 자신이 대표로 있는 ‘에리카 김 변호사’ 회사 명의로 아사히 뱅크에 사업 융자 목적으로 15만 달러를 신청하면서 허위서류를 조작해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김 변호사는 자신이 고용한 회계사에게 IRS(연방국세청)세금보고 서류를 조작케 했으며, 결과적으로 세금포탈 행위도 저질렀다..
또한 김 변호사는 지난 2002년 1월 31일에는 유나이티드 커머셜 뱅크에 사업 융자를 목적으로 20만 달러를 신청하면서 허위서류를 조작해 제출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회계사에게 IRS(연방국세청)세금보고 서류를 조작케 했으며, 결과적으로 세금포탈 행위도 저질렀다. 그리고 소장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지난 2002년 4월 1일 유나이티드 커머셜 뱅크의 계좌 수표(번호 1002)로 19,932달러99센트를 지불은행 웰스파고 은행 계좌로 불법적인 거래를 했다. 또 그 해 8월 8일에는 역시 유나이티드 커머셜 뱅크의 계좌 수표로 119,950 달러 75 센트를 임페리얼 뱅크에 불법 입금시켰다. 이에 미연방형사법 제1014조 및 1057조 등을 포함한 혐의에 따라 김 변호사는 공문서 조작 및 불법 융자 신청 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함에 따라 혐의 당 최고 30년의 징역형, 5년의 보호관찰형, 100만 달러의 벌금형에 각각 처해질 수 있다. 또 허위 진술 및 불법으로 습득한 융자금 유용에 대해 유죄가 판결될 경우 혐의 당 최고 10년의 징역형, 3년의 보호관찰형, 25만 달러의 벌금형에 각각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연방검찰은 김 변호사가 수사에 협조하고 ‘프리바겐’에 따라 연방법원에 보호관찰형을 선고해 주도록 요구했다. 지난달 17일 연방검찰 사기전담 루스 핑클 검사는 에리카 김 변호사와 김 변호사의 변호인인 자넷 셔만 변호사는 ‘프리바겐’ 합의서에 서명해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