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영웅이 아니다. 희생자다. 그렇다고 무슨 대의를 위해 스스로 선택한 희생이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국방의 의무와 업무를 이행하던 중 그 원인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 어떤 일로 어이없이 목숨을 잃은 미제 사건의 희생자다.
물론 영웅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아들로, 남편으로, 아빠로, 친구로 그들은 영웅이었을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역시 이제 와서 국가가 그들을 영웅이라 부르는 것은 가히 영웅적 삽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불과 며칠 전에 국가공인 영웅자격시험 취득에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에게 영웅이었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은 영웅이 되어야만 하는 마지막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영웅’의 이미지와 가장 근거리에 있는 것은 ‘전사(戰士)’의 이미지다. 그리고 ‘영웅의 죽음’이라 하면 대적해야만 하는 어떤 적으로부터 비열한 방법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전사의 죽음’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결국 북한의 남침도발 위기에 직면한 국가비상사태의 대한민국을 유권자에게 암시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문학적 수사는 ‘영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하겠다. 이 개새끼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함의 고통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진짜로 북한의 소행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복마전의 상황에서 그 어떤 가설도 그것이 사실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영웅이 될 수 없다. 남북 분단의 역사적 비극이 만든 희생자라 하면 좀 점잖은 표현이 될 것이다. 총을 어떻게 쏘는 지도 모르는 고상한 윗대가리 자자손손들의 군번줄을 대신하다 발생한 대리운전적 희생양이었다는 표현이 좀 더 적확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다른 수많은 군대 내 사고 희생자들의 유족입장에서는 이번 천안함 사건이 그나마 이렇게 보상의 수준이라도 격상될 수 있고, 그 영결식이 생중계되는 등의 전국적 추모가 있어 내심 부러워질 만한 로또적 희생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편하지만 사실일 것이다.
그들의 죽음은 분명 감당키 힘든 비극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도 그 죽음의 원인을 모른 채 마치 상명하복의 명령에 의해 영웅이 되어버리는 것과도 같은 지금 상황은 우는 사람의 입꼬리를 억지로 잡아당겨 웃게 하려는 더 큰 비극이다.
정리하자.
천안함 희생장병 46인은 현재 군대 내 의문사 사건의 희생자이다. 그 죽음의 의문을 명확히 규명하지도 못하는 국가인 주제에 그들의 죽음을 영웅적 죽음으로 매도(?)하는 것은 뻔한 얘기지만, 정치적 계산이 있는 영웅 비즈니스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력한 가해 용의자로 ‘국가’ 자체가 될 수도 있다고 하는 사고회로를 차단키 위한 그야말로 눈 가리고 영웅.
천안함 희생장병은 결코 영웅이 아니다. 오늘 국가가 마련한 영결식이 진정 국가의 '영웅'들을 위해서 마련한 것이라면, 나는 그 제단을 발로 걷어 차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왜냐하면 그딴 영웅은 앞으로 절대 또 나와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너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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