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정의,폐악

진안 마이산 축제..역사와 문화를 무속축제라고 발목잡는 기독인들

이경희330 2007. 9. 7. 23:46

   
 
  ▲ 진안기독교연합회는 결의문을 통해 산신축제백지화를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변하삼  
 
진안군의 명산인 마이산을 진안군이 무속축제의 장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적극 반대하고 나선 진안군 교계가 큰 고민에 빠졌다.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대안논의가 부족한데다 내부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진안군기독교연합회(회장 이민규 목사)는 지난 8월 29일 진안 동부교회에서 마이산 산신축제 저지를 위한 세미나를 열고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반대수위를 높여갔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7월 진안군이 지역축제 발전방향 설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마이산을 산신축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 제시되자 이를 저지하려는 의도로 열렸다. 당시 산신축제를 구상했던 진안군 축제발전위(위원장 최규형)는 진안의 상징인 마이산의 신비한 이미지를 끌어낼 소재로 ‘산신령’이란 주제가 제격이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이산을 무속축제로 개발하려는 발전위의 주장에 대해 진안 교계가 반발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진안 교계는 이에 한발 더 나가 세미나를 주최하고 결의문을 채택. 본격적인 반대 활동에 들어갔다. 연합회 측은 지금까지 산신축제 저지 서명만도 1000여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진안군 기독교인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예수전도단 이성숙 간사가 강사로 나서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무속신앙의 폐해를 전하면서 마이산에서 무속축제가 열릴 경우 부작용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세미나 이후 참석자들은 마이산 산신축제 반대 결의문을 낭독하고 이를 채택했다.

진안군 기독교연합회는 결의문에서 “산신축제는 현 시대상황과 진안군 미래 발전에 낡고 뒤떨어진 발상”이라며 “문화적인 차원이 아닌 우상과 미신조장에 불과한 종교행위인 산신축제는 그릇된 지역문화 개발로 인해 지역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불법적 행위”라고 못 박았다. 이날 연합회는 △최규형 문화원장의 자진 사퇴와 △산신축제의 백지화 △전국적인 반대서명에 돌입할 것 △전국 1200만 기독교인과 전북 지역 교회와 기독교단체와 연대하여 반대 활동을 벌여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연합회 측, 산신축제 대체 행사 못 내놓아

   
 
  ▲ 지역발전을 우선하는 주민들에게 반대운동에 대한 설득 작업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뉴스앤조이 변하삼  
 
하지만 진안 교계의 이러한 반대 활동이 순탄해보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먼저 현 진안군수인 송영선 군수가 연합회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축제계획 철회에 대해 난색을 표한 데다 지역발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지역민들에게도 이번 산신축제 반대와 관련한 이해를 얻는 문제가 수월치 않기 때문. 비록 연합회 측이 산신축제를 대체할 만한 축제방향을 일부 내놓긴 했으나 연합회 측도 인정하듯 전문가 집단이 아닌 까닭에 구체적인 방안제시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또 이번 활동이 자칫 종교이기주의로 변질될 우려까지도 낳고 있어 연합회의 고민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한 목회자는 “산신축제 반대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 연합회가 신중하지 않을 경우 지역민들의 외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십자군 전쟁처럼 맹목적인 성지탈환식 활동을 벌일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진안 교계의 난맥상은 또 있다. 이날 연합회 세미나에 상당수의 일부 교단 출신 목회자들이 불참한 것. 이는 송영선 군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연합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송 군수는 현재 진안군 진안교회(통합, 이재복 목사)에 출석교인으로 안수집사다. 송 군수의 영향으로 진안교회는 물론 같은 교단 소속인 통합 측 목회자들이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연합회 활동에 힘이 빠지고 있다며 관계자는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연합회 관계자는 이날 통합 측 목회자들이 대거 불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대다수 교회가 반대운동에 서명 불참…“대화 먼저”

   
 
  ▲ 전북 진안의 명산이자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마이산. ⓒ뉴스앤조이 변하삼  
 
연합회 관계자는 실제로 통합 측 대다수 교회가 서명에 불참한 사실을 확인해줬다. 또 이번 세미나 장소가 애초 진안교회로 예정돼 있었지만 교회 측의 반대로 섭외가 되질 않았고 진안교회에서는 이번 세미나와 관련해 교회 광고도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통합 측 목회자들이 정치논리에 빠져 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안교회 서 아무개 장로는 “진안교회도 산신축제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강경대응보다 대화가 먼저”라며 그동안 연합회 반대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까닭을 설명했다. 또 서 장로는 “연합회 일부 목회자들이 반대운동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오히려 매도하는 처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장로는 “세미나 장소를 진안교회 당회가 허락하지 않는 것은 여 강사를 강단에 세우지 않는 전통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교인들에게 연합회 세미나에 대해 알리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라며 안수집사인 송 군수의 영향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미 지난 2003년 기센터 건립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발전위가 또다시 산신축제를 발표함에 따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연합회는 쉽지 않은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그럼에도 연합회 측은 앞으로 이 계획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반대 활동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당분간 마이산을 둘러싼 진안군과 교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