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
앞으로 10년은 한국이 '선진국행 사다리'를 이용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 선진국 클럽에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느냐, 아니면 문턱에서 주저앉느냐가 결판난다. 옷을 갈아 입으며 뛰어가야 할 판이다. 추격과 동시에, 지속성장을 위한 경제시스템 재편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마지막 10년'이라 하는 이유는 선진국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그리고 선진국 수준으로 하향 수렴하는 경제 성장률 때문이다. 인구는 2018년 4,934만명에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일본의 선례에서 보듯, 고령화와 경제선진화를 함께 끌고 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추격 속도도 갈수록 더뎌질 전망. 1970년대 평균 9.05%, 80년대 9.76%였던 실질 성장률은 90년대 6.63%, 2000년 첫 10년 동안에는 4.14%로 급격히 감소해 왔다. 잠재성장률로 일컬어지는 4%도 사실 대내외 상황이 좋을 때나 달성할 수 있는 사실상의 최대치다.
용중(用中) 전략
전문가들은 한국이 현재 추격 속도를 유지하며 10년 안에 선진국 진입을 달성하려면, '질주하는 중국의 등에 올라타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을 이용하고 활용하는 용중(用中) 전략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고래등(중국)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향후 10년 안에 집중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미래 지식기반산업을 빨리 선점해, 중국이 한국에서 기술과 지식을 사가도록 하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벤츠에서 자동차 엔진을 사오고, 퀄컴에 CDMA 로열티를 바쳤던 것처럼, 중국의 성장이 우리 이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첨단 분야로 산업 재편을 추진 중인 중국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가 바로 그린ㆍ바이오 산업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와 관련, ▦풍력 ▦태양광 ▦전기자동차 ▦바이오ㆍ제약 4개 분야에서 중국이 곧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바로 이 분야에서 우리가 선제적 기술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와 안보의 불일치
안보의 최대 파트너(미국)와 경제의 최대 협력자(중국)가 일치하지 않는 환경은 한국이 설 자리를 더 좁게 만드는 요인이다. G2시대는 냉전시대 양극체제와 달리 한국에 항상 '고뇌에 찬 선택'을 요구할 전망이다.
주요20개국(G20) 서울 회의를 기점으로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환율 갈등도 마찬가지. 섣불리 싸움에 휘말렸다간 경제나 안보 중 한 가지에서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다. 천안함 침몰이나 연평도 포격에서 드러났듯, 앞으로도 중국은 결정적 순간에 한국의 국익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낼 개연성이 높다. 미국도 동맹을 이유로 더 자주 경제적 이익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을 '이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존'하게 된다면, 과거 대미관계처럼 '중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독감에 걸리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과 같이 커 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향후 중국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그 충격이 고스란히 한국 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FTA 전략은
2020년 한국의 자리를 결정할 또 다른 변수는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먼저 한미 FTA.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계 최대시장으로 가는 통로의 문턱을 없앤 것이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중 FTA다. 전문가들은 "파급력 면에서 한미 FTA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올해 안에 중국과 FTA 협상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 한중 FTA를 체결하면, 일단 G2를 연결하는 사실상 유일한 허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선점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두 마리 호랑이가 집 안을 돌아다니도록 앞뒷문을 모두 열어 두는 것은 커다란 모험일 수밖에 없다. 한미 FTA로 농업이 위기를 맞는 동시에, 한중 FTA로 제조업 기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두 FTA 중 하나만 실패해도 그 폐해는 되돌릴 수 없다. 한중 FTA는 향후 10년, 그리고 그 이후까지도 한국경제의 좌표를 결정하게 될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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