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끝나면 기업의 지위 변화가 극적으로 이뤄진다. 불황을 지혜롭게 이겨낸 기업들이 호황기가 왔을 때 훨씬 우월한 실적을 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것도 이 같은 ‘도약’을 위함이다.
실제로 경기침체기가 지나면 기업들 간의 지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조사한 2000년대 초 경제위기 이 후 미국기업 지위 변화에 따르면 상위 25%에 속한 기업 가운데 경기 침체기 이후에도 상위 그룹에 속해 있는 기업은 60%에 불과했다.
즉 40%가 불황을 겪은 이후 과거 시장의 지위를 잃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75% 기업 중 14%는 상위 그룹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불황을 전후로 기업들의 지위 변화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대기업들이 나가 떨어지는가 하면 새로운 기업이 업계 1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선택한’ 노키아와 ‘집중한’ 애플, 1위 기업들의 사례
기업 측 면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키기 위해선 고민과 고통을 통한 변화를 꾀해야 한다. 불황 속에서도 남다른 생존전략을 통해 이동통신 사업에서 1위 기업이 된 노키아와 MP3업계 1위로 도약한 애플을 예로 들 수 있다.
유럽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노키아가 목재와 재지 등을 생산하는 회사였다는 사실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는 이동통신 사업에서 명실상부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1980년대 말까지 노키아는 목재, 재지, 고무, 케이블 등 다양한 사업 군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경영난에 허덕이게 되자 사업 구조의 대전환을 꾀했다.
가장 먼저 주력사업들 중 전통적인 사업들의 잠재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간파해 제지, 펄프, PC, 데이터 등 대부분 기존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이동통신 사업을 ‘선택’했다.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키아는 매출액이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인내하면서 시장 트렌드를 리드해 나가기 위해 노력을 병행한 결과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성공했다.
애플도 불황중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업 중 하나다. 한때 ‘매킨토시’로 명성을 날리던 애플은 지난 1996년 순손실만 13억8300만 달러로 파산이 예고될 정도의 위기를 겪었다. 그러던 애플은 2001년 ‘아이팟(iPod)’이라는 MP3 플레이어와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및 아이팟용 동기화 프로그램인 아이튠즈를 내놓으며 부활에 성공했다.
애플은 아이팟 홍보에 최소 2억 달러 쏟아 부으며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애플은 압도적인 시장지위를 얻었고 각각 MP3플레이어와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시장에서 세계 1위 업체의 영예를 안았다. 아이팟과 아이튠즈의 히트는 매출에도 직접 영향을 주었지만, 결국 ‘아이팟 후광효과’ 라고 할 만큼 매킨토시 PC 판매도 동반 상승시켰다.
◆꾸준한 리스크 관리와 장기적인 시각 ‘중요’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위기를 기회로 선점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에 입을 모았다.
LG경제연구원의 홍덕표 수석연구원은 “경기침체기에는 전반적인 수요침체, 신용경색, 기업 활동 위축 등으로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압박을 경험하지만 호황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한다면 이 시기를 시장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연구원은 “큰 크림을 그려 빠르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기적인 재무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차별화된 성장 동력과 신사업의 확고한 역량 구축에 주력함으로서 호황기에 대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도 “기존 기득권 기업들도 함께 어려워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함께 있어 성장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며 “변혁기에는 항상 기업 부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절한 타이밍에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면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내실 다져야 한다”며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청와대에 설치된 한국판 워룸인 비상경제상황실에도 ‘위기를 기회로’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만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가 경제 주도권을 잡기위해 노력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준 높은 인적자원과 첨단·지식 산업에 잠재력이 있다”며 “현 위기 속에서 내수를 살려 경제 자립도를 높이고, 다원적 갈등 구조로 분열돼 있는 사회를 통합한다면 세계 경제 주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으로 위험을 최소화 하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위기를 기회로 상기하기 위한 청사진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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