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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금융 위기설이 나돌기 시작했지만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9월 첫 날부터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세계 경제의 침체와 글로벌 신용경색 등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에 대해 선제 대응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실체없는 위기설 하나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
◇ 금융위가 안보인다
금융정책의 총괄 부처를 자처하는 금융위원회가 최근 금융 혼란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 지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위기설이 곪아 터진 지난 1일에야 간부회의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조기경보시스템과 시나리오별 대응전략 정교화, 저축은행 등 취약한 부분에 대한 정밀 대응을 주문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날 "과거와 같은 위기 가능성은 없지만 잠재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철저히 점검해 선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8월 들어 위기설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금융시장 관리에 책임이 있는 수장들이 뒤늦게 나선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 때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면서 위기 극복을 주도하고 조율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무대책 무감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2일 오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관련 부처.기관이 참석하는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갖고 "정부의 대응 능력에 의심을 갖지 말라",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비웃기라도 한 듯 환율은 폭등하고 주가는 폭락하는 등 공황상태가 지속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증시에서 일부 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퍼지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되고 있었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가 지난 3일에야 증시에 도는 악성 루머를 일제 단속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김종창 원장은 4일 오전 다급하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만나 시장 안정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 시장관리 혼선..금융위.금감원 통합론 재부상
배민근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에선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괜찮다고 주장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도 9월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위기설 진화에 나서는 등 대응이 늦은 측면이 있는데 좀 더 일찍 구체적이고 상세한 대응을 했을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가 금융시장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것은 금융정책 관련 부처가 여러 곳으로 갈린데다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에 있던 금융정책국이 금융감독위원회로 통합되면서 금융위가 생겼고 노무현 정부 때까지 한 명이었던 금융위와 금감원의 수장은 분리됐다.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시장 감독은 금감원이, 국제 금융시장과 환율 정책은 기획재정부가 맡는 삼각구도로 이뤄져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분리되면서 업무 영역에 대한 밥그릇 싸움으로 갈등을 빚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고 선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경제와 금융 전반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과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기 힘들고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다보니 정책당국의 손발이 맞지 않은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금감원과 금융위가 분리되면서 시장에 대한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에 문제가 있는 만큼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금융시장 관리를 잘못하면 국민이 불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며 "위기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닌데도 정부는 전혀 근거 없는 뜬 소문이라고 일축하고 있는데 정말 위험한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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