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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우리 지식 수출할 정도로 학문 수준 높일 것”

이경희330 2006. 12. 20. 12:18

이필상 “우리 지식 수출할 정도로 학문 수준 높일 것”



19일 오후 고려대 백주년기념관 일민라운지에서 이필상 총장 내정자는 “세계 150위에서 머무르지 않고 50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철민 기자

 

이필상(59) 고려대 총장 내정자가 21일 제16대 총장에 취임한다. 그는 취임을 앞두고 대학발전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다. 19일 이 내정자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 일민라운지에서 만나 총장으로서의 각오와 발전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내정자는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고 있는 국내 사학의 대표 주자인 고려대의 살림을 떠맡은 것에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지만 자신의 전략에 대해서는 차분히 설명했다.

―두 번째 총장 선거에 도전해 내정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100년 된 대학의 총장이 되고 보니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낍니다. 교직원은 물론 고려대에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문 및 사회 각계와 힘을 합쳐 열심히 뛸 각오입니다.”

서울대 출신인 이 내정자는 “내가 다른 학교 출신이라고 차별을 느꼈다면 총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만큼 고려대는 열린 학교”라고 말했다.

―지난 4년간 고려대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학교 이미지도 바뀌고 경쟁력도 높아졌다는 평가입니다.

“한국의 고려대가 아니고 세계의 고려대로 발전해야 한다는 공감대와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평판이 조금 올라갔다고 만족해선 안 되고 내실을 다져야 할 때입니다.”

―고려대의 발전 구상은….

“우선 교육체제를 바꿀 겁니다. 외국에서 지식을 배워 와 가르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지식을 창조해 수출할 정도로 학문 수준을 끌어올릴 것입니다. 스탠퍼드대 교수 수가 고려대보다 약간 적지만 세계 최고인 것은 교수의 질 때문입니다. 원어(영어)강의를 계속 확대하고 유능한 교수와 외국인 학생을 적극 유치하겠습니다.”

이 내정자는 “고려대가 상대적으로 열세인 이공계열과 의학계열을 발전시키기 위해 재정 지원을 늘리겠다”며 “병원은 잘 운영하면 수익이 꽤 생기는 만큼 획기적인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대학장 시절 발전기금 500억 원을 모아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재임기간 중 3000억 원을 모금하겠다고 했는데….

“무조건 돈을 내라는 시대는 지났고 모금을 ‘상품화’해야 합니다. 경영대학장 시절 건물에 회사 이름을 붙여 주고 100억 원을 받았고, 중형 강의실은 2억 원, 작은 책상은 20만 원을 받고 이름을 붙여 줬죠. 돈을 낸 분들도 강의실과 책상에 자신의 이름이 붙여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내정자는 “기업처럼 대학을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운영하면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어 신중히 해야 한다”며 “학문의 생명인 인문학과 기초과학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내정자가 과거 재벌개혁 등을 강하게 주장했던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요즘은 대기업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데 인식이 바뀌었나요.

“1980년대는 대기업 경영이 불투명했고 정경유착이 심해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상황이 많이 바뀌었어요. 한국 경제가 개방되면서 대기업들의 체질이 많이 바뀌어 훨씬 투명해졌고 구조개혁도 상당히 많이 이뤄졌습니다. 지금은 기업이 외국과 경제전쟁을 하기 때문에 보통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 얘기들인 만큼 반기업이냐, 친기업이냐로 볼 것은 아닙니다. 사실 나는 미국에서 공부한 순수 시장주의자이자 친기업론자이지요.”

그는 시민단체 대표 시절 새만금사업과 관련해 농림부를 ‘밑 빠진 독’상 수상자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 예산을 낭비한 것에 대해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지 일을 못하게 한 것은 아니다”며 “환경 논리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은 교수사회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아직도 교수들이 변화에 둔감하고 경쟁 마인드가 부족합니다. 나는 우수한 논문을 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대명제는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연구 잘하는 교수, 잘 가르치는 교수, 사회활동이 많은 교수들이 각자 자기 특성을 살릴 수 있게 유연성은 둘 겁니다.”

―‘3불(不)’정책을 포함해 정부의 대학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교육정책은 과외잡기 정책일 정도로 획일적입니다. 대학마다 건학 이념,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 장점 등이 다르잖아요. 대학이 본고사를 보건, 학교생활기록부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어떻게 반영하든 궁극적으로 자율권을 줘야 합니다. 대학이 잘하는지는 시장이 판단하게 되어 있어요.”

그는 “대학별 고사에 대한 규제가 많으니까 논술학원이 번창하고 돈 없는 집 자녀만 손해를 보는 부작용이 생기는 만큼 교육정책도 시장을 거역하면 안 된다”면서 “그러나 기여입학제는 사회적 공감대가 미흡한 만큼 지금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학이 교육에 투자하려면 모금만으로는 부족한데 전공을 살려 주식이나 채권 투자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고려대는 구성원의 응집력과 모교사랑이 강해 다른 대학보다 유리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신임 교수 채용과 시설 투자 등에 많은 돈이 필요한데 크게 투자할 여력이 있겠어요? 다만 학교 투자를 앞두고 잠시 대기하는 돈이 있는 만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돈을 굴려야죠. 어떻게 모은 돈인데, 은행 이자만 받아서야 되겠어요?”

이 내정자는 고려대 지원을 희망하는 수험생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요청에 “가능성과 역동성을 가진 고려대에 진학해 꿈을 펼치길 바란다”며 “국민도 고려대에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세계 권위 교수 영입해 50大 명문 도약”

고려대는 10월 영국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150위를 차지해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이필상 고려대 총장 내정자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고려대의 글로벌화에 주력할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그는 “우리나라가 10대 경제대국인데 대학도 그에 걸맞아야 한다”면서 “150위가 좋은 출발인 만큼 50위로 뛰어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고려대의 도약을 위해 이미 9대 전략 72개 세부 과제를 만들었다.

그는 우선 수요자 중심의 교육에 의지를 보였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맞춰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해 학생의 전공 선택 폭을 넓히고 학문간 교육과정을 공동 개발해 교육의 다양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졸업생의 실질적 수요자인 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으로 실용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세계 유수 대학이 학부보다 대학원중심 대학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에 따라 국제수준의 산학연계 연구소를 육성해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연구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풀타임 박사과정 전원에게 장학금과 생활보조금을 지급하고 법학 의학 경영 행정 등의 전문대학원을 국제화한다는 복안이다.

또 우수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적 권위를 지닌 교수를 영입해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을 정도까지 지원하고 기업 연구기관 국내외 대학과 산학연(産學硏) 교류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 내정자는 국제화 전략으로 단과대들이 국제인증을 획득하고 외국인 교수 및 학생을 유치하는 한편 학내에 영어지역을 만들어 재학생들의 국제적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생각이다.

이공계 발전을 위해선 이공계 학생의 인문 사회계 연계 학습을 강화하고 이공계 학생의 수요가 많은 경영학, 법학 등의 강의를 이공계 캠퍼스에도 개설할 계획이다. 또 의대 생명과학대 보건과학대 공과대 등을 연결하는 메디컬 콤플렉스를 구축해 단기적으로 의대를 국내 4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전통의학 노화연구 대체의학 등을 위한 연구소도 세울 방침이다.

또 서창캠퍼스를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연계해 고려대 발전의 제2의 축으로 삼고 교우와 유대관계를 강화해 발전의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