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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교수가 바라보는..이명박정부와 노동계

이경희330 2008. 2. 19. 15:37
  •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노·정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민주노총과 갖기로 했던 간담회를 취소하면서 촉발된 양측의 갈등은 전면전을 불사하는 양상이다. 이 당선인 측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대화의 상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이랜드 매장 앞에서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전면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런 노·정 대립은 경제를 살려 달라는 국민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하고 산업현장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 당선인이 간담회를 취소한 표면적인 이유는 민주노총 위원장이 불법 시위와 관련하여 경찰의 소환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면적인 이유는 노동조합을 초동단계에서 제압하여 산업현장의 불안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정치노조, 강성노조, 불법파업을 없애 기초적인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신호를 노조에 보낸 바 있다. 반면 기업들에는 자신이 친기업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강경 일변도로 나왔다. 대의원대회를 열어 새 정부에 대한 상시 투쟁체제를 선포하는 것은 물론 철도를 멈추고 전기를 끊어 국가신뢰도를 떨어뜨리겠다는 극언까지 내놓았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 문제는 결코 힘의 대결로 풀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노조가 국민경제를 볼모로 잡고 끝까지 싸움을 벌일 경우 노·정 양측은 물론 국민에게까지 엄청난 피해가 돌아가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중요한 사실은 새 정부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초 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보고 노동계, 기업, 시민단체, 정부를 포함한 노·사·민·정 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당선인 측은 민주노총에 강경 입장을 취하기에 앞서 노동시장 발전에 대한 청사진부터 내놓아야 한다.

    그동안 이 당선인 측에서 내놓은 노동 관련 정책은 7% 성장에 3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과 노사분규 시 법과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것뿐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20대는 평균 88만원 월급의 임시직 세대이다. 30∼40대는 거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50∼60대는 아예 일자리를 넘보기도 어렵다. 성장만 외치고 법대로 처리하겠다 한다고 이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것인가?

    새 정부는 다양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노동문제 해결방안을 빨리 내놔야 한다. 그다음에 노·사·민·정을 대표하는 위원회를 구성하여 정직하고 진지한 논의를 거쳐 타협안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때 가서 노조 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합의를 파기하고 자신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불법투쟁을 일삼는다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번 노·정 대립에 대해 민주노총의 책임도 크다. 대통령 당선인이 노조를 만나겠다는 목적은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담회를 열기도 전에 대? 논리로 자기 주장을 관철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이는 수많은 근로자들에게 희망보다는 불안을 주는 행위이다.

    새 정부 노동정책의 기본방향이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면 한국노총과 마찬가지로 민주노총과의 대화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진정한 노·정 간 신뢰기반을 구축하고 노동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노총도 강경투쟁을 거두고 대국적 견지에서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노동문제를 풀어가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세계일보 2008/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