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용산 철거민 참사를 둘러싸고 그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진단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번 참사가 MB정권이 내세운 '개발지상주의'와 '공안 통치'가 빚어낸 참극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둘러싼 심각한 투기심리와 빈부의 양극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두 다 맞는 말이다. '강부자'를 대변하는 MB정권이 건설 토건족과 부동산 부자들의 배를 불려주면서 하락하는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개발'을 밀어붙인 것은 MB정권의 생리상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가재는 게 편'인 것처럼 '부자는 부자편'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MB정권이 연초부터 공안정국을 예고하며 무지막지하게 공권력을 휘두르며 나온 것에 대해서는 그 원인이 분분하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떼법 근절'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올 봄에 일어날 여러 대규모시위들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는 소위 '시범케이스'를 보여줌으로써, MB정권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저항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려는 공포정치의 일환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올 봄에 일어날 촛불집회를 두려워하는 발언이 흘러나온 바 있었고, 촛불을 법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국회에서 입법전쟁까지 치렀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초조해진 MB정권이 최악의 강경모드로 돌변하게 된 것이 이번 참사의 한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MB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준법'이나 '법질서 확립', '떼법 근절' 등과 같은 원칙(?)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MB정권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MB정권이 법질서 확립을 내세워 공안 통치를 밀어붙이는 데에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을 잘못 해석하여 적용하는 것에도 큰 원인이 있다. 법질서 적용은 자신에게 먼저 엄격하게 '깨진 유리창 이론'은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에 공동 발표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더 큰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이다.따라서 깨진 유리창이나 깨진 가로등, 길거리의 낙서, 우범지대, 슬럼가 등을 정비하고 길거리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경찰이 시민들에게 법이 제대로 집행되는 것을 보여주면 범죄가 훨씬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깨진 유리창 이론’의 내용이다. 하지만 MB정권은 이 '깨진 유리창 이론'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적용하여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법을 지키지 않는 범법자로 몰아 '법질서 확립'이라는 명목으로 공안 통치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것이 노동자이든지 시민이든지, 야당이든지 철거민이든지 가릴 것 없이 말이다. 그리고 MB정권은 '깨진 유리창 이론'의 핵심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자신들은 이 이론에서 자유로운 초법적인 존재들인 양 착각하고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모든 국민들 앞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돈과 권력에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죄를 지어도 제대로 처벌받지도 않고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언제나 당하게만 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 삼성이 범죄를 저질렀어도 처벌을 제대로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성추행을 한 국회의원이 처벌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법질서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나라에서 어느 국민이 법을 제대로 지키려고 할까? 100원을 훔친 가난한 사람은 교도소에 가지만 100억 원을 훔친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골프장에 가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법질서 확립'을 외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전과 14범'이 준법을 얘기한다면서 비웃는다. 이런 마당에 법질서 확립을 외쳐봐야 통할 리가 있겠는가? 아무리 많은 비리와 불법을 저질러도 돈 많은 권력들은 멀쩡하게 잘 사는데 살기 위해 생존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는 세상이다. 자신에게 먼저 엄격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최대한 관대해야 국민들도 순종하며 따라오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한 복종만을 강요한다면 누가 순순히 따라오려 하겠는가? 이런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진정한 리더십이 나올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 국민들은 이번 용산 철거민 참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의 세상을 새삼스레 떠올리고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핵심은 '삶의 질' 개선 또한 '깨진 유리창 이론'은 깨진 유리창이나 가로등, 길거리의 낙서, 우범지대, 슬럼가 등과 같이 환경이 나쁜 곳을 새롭게 개선하여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 삶의 질을 높여주면 범죄가 줄어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가난하고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범죄가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곳의 환경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면 범죄가 줄어들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MB정권은 이번 용산 철거민 참사를 두고 '깨진 유리창 이론'을 엉뚱하게 해석하여 적용한다. 철거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해주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려 했다면 과연 그들이 화염병을 들었을까? 그들이 요구한 것은 최소한 살아갈 수 있는 생존수단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기는커녕 가지고 있던 생존권마저 빼앗으려 하는데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인간이 살아갈 권리는 법이 제한할 수도 빼앗을 수도 없는 천부적(天賦的)인 생득권(生得權: Birthright)이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난 게 아니란 말이다. MB정권은 인간이 최소한 살아갈 권리마저도 빼앗으면서 엉뚱하게도 '깨진 유리창 이론'을 잘못 적용하여 법질서 확립이라는 탈을 쓴 공안 통치를 국민들에게 강요한다. 법질서를 확립하려면 자신들에게 먼저 엄격하게 적용하고 돈과 권력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모든 국민들에게 보여주라.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환경과 삶의 질을 개선해주라. 그것이 바로 진정한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마지막으로 법질서 확립을 외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너는 형제의 눈 속에 든 티는 보면서도 어째서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도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더러 '네 눈의 티를 빼내 주겠다.' 하겠느냐? 이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눈이 잘 보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꺼낼 수 있다." <누가복음 6:41-42> 고영근 /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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