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journal정치

이명박, '입성'은 했지만 한나라당 주류 교체 진통

이경희330 2007. 8. 23. 23:04

"완장차고 호가호위 마라" 반발에 李 "화합이 우선" 후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한나라당 장악이 녹록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1년 2개월에 걸친 격전을 치르고 정당한 경선 절차를 거쳐 후보자리를 차지했지만 당이 후보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는 일체감 표시를 유보한 채 관망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 후보가 던진 개혁 화두에 대해서도 당 일부에서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경선을 진두지휘했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최근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에게 여의도당사 내 후보사무실 옆에 자기 사무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점령군 행세를 하려 든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은 이런 당내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이와관련해, 맹형규 의원은 "혹여라도 완장을 차고 호가호위하는 그러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이 후보 측근들의 '전횡'을 경계하고 나섰다.

당 개혁과 인적쇄신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측 최경환 의원은 인적쇄신이 당을 접수해 논공행상을 하는 식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했고 강재섭 대표는 "살생부를 놓고 억지로 치고 하는 그런 개념의 인적청산에는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김용갑 의원은 23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명박 후보가 경선과정에서 분열된 당의 화합을 먼저 이끌어 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의 색깔, 기능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당의 화합보다 새로운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의 방법론과 관련해서도 "개혁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추진돼야지 후보 개인의 독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한나라당은 민주공당이 아닌 사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후보는 당내에서 당 개혁구상이 논란이 되고 '당 접수'과정의 미숙함이 잡음을 일으키자 '화합'을 강조하면서 일단 한발 물러섰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용산빌딩에서 가진 경선캠프 해단식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합이다, 특히 민주사회라는 것은 꾸준히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지 자고 일어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개혁 불안감 해소를 시도했다.

또한, "이긴 쪽 입장에서는 별 의미 없는 말이나 행동도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니 특히 공사석에서 언행에 조심해 달라"며 측근들을 단속했다.

권력의 원심력이 특히 강하게 작용하는 보수정당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이명박'을 '주류'로 선뜻 받아 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보다 빨리 당에 발을 들여놨지만 97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뒤 서울시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무려 10년동안 당의 비주류였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경선을 통해 주류가 교체됐지만 선뜻 바뀐 상황을 수용하지 못하는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수 있다. 그만큼 박근혜 전 대표의 그림자가 한나라당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전 시장도 이같은 상황을 의식해 "당과 나는 이질적 존재가 아니라 본질적 존재였는데 본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고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 후보 자체가 아웃사이더 였는데 주류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불편함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최근의 당 분위기를 설명했다.
CBS정치부 이재기 기자 dlworl@cbs.co.kr 이재기의 블로그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