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봉한 '숙명'(감독 김해곤)은 캐스팅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었다.
걸죽한 언어로 스크린을 쥐락펴락하는 김해곤 감독에 권상우와 송승헌이라는 두 한류스타가 나란히 캐스팅됐기에 기대가 충만했다. '뉴하트'로 안방극장에 복귀 신고식을 화려하게 치른 지성까지 출연하니 보는 눈이 호강하기에 충분하다는 말들이 무성했다.
17일 기자시사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숙명'은 그런 기대들 때문인지 시작부터 요란했다. 권상우와 송승헌의 해외팬들이 시사회 입구까지 찾아와 플래카드와 화환을 늘어놓고 응원전을 펼쳤으며, 1000여장을 준비한 시사회 표는 일찌감치 동이 났다.
마침내 뚜껑을 연 '숙명'은 그러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는 2% 부족했다.
'숙명'은 폭력조직에 속한 네 친구가 각자 처한 상황 때문에 다투고 상처 입히는 이야기다. 우민(송승헌)과 철중(권상우), 도환(김인권) 등은 절친한 선배와 함께 도박장을 털어 그 돈으로 과거를 씻으려 한다. 하지만 철중의 배신으로 우민은 감옥에 가고 도환은 마약에 중독된다.
출소한 우민은 과거 애인이 보스의 정부가 돼있고, 도환이 처한 현실에 절망한다. 친구를 팔아 중간보스에 오른 철중은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위해 크게 한방을 터뜨리려했지만 돈줄이 막혀 전전긍긍한다. 영환(지성)은 그런 친구들을 뒤에서 늘 조용히 돕는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아둥바둥하는 친구들은 그런 처지 때문에 다시 숙명처럼 맞붙는다. 결론은 늘 그렇듯 의도하지 않게 흘러간다.
'숙명'은 배우들의 화려한 면면은 뮤직비디오를 보듯 황홀하며, 액션 장면은 자연스러운 싸움을 택하는 요즘 방식과는 달리 붕붕 날라다니는 방식을 택해 보는 맛을 더했다.
네 배우들의 연기는 과하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송승헌은 거친 척 하지만 여전히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 같으며, 지성은 있는 듯 없는 듯 위치를 잘 지켰다. 김인권은 처절한 연기를 잘 선보였으며, 권상우는 김해곤 감독 특유의 맛갈나는 욕대사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처음 도전하는 악역을 몸에 잘 걸친 듯 했다.
문제는 캐릭터가 전형에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2시간 50분 분량을 1시간 58분으로 줄인 탓인지 이야기의 아귀가 맞지 않고 그 때문에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김해곤 감독 특유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징글징글한 묘사도, 맛깔나는 대사도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 틈을 시적인 내레이션으로 채우는 안일함은 실소를 자아낸다. 비장함은 어깨를 긁고 싶을 만큼 과하지만 어설픈 모습들은 허벅지를 때릴 만큼 재미난다. 권상우의 망가지는 모습은 이 배우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웃음을 준다.
그러나 과함은 부족함만 못한 법, 혹여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영화를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으려 애쓰다 많은 것을 놓친 것은 아닌지 의심도 든다.
'숙명'은 보는 맛은 충분하다. 두 시간을 극장에서 보내며 즐기기에도 적당하다. 권상우와 송승헌, 지성의 팬들이라면 눈이 호강을 누리는 기쁨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김해곤 감독 스타일을 좋아하는 영화팬들이라면 국물 없는 라면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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