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이성┃역사속 다양한 性적 행위와 규제들

Sex and Reason

 

저자는 미국연방 제7순회항소법원의 판사이며 시카고대학 로스쿨의 교수다. 이런 직함을 가진 사람이 ‘섹슈얼리티의 역사와 이론’이라는 부제를 가진 책을 저술한 것이 우선 흥미롭다. 저자는 “섹스에 관한 글을 쓰면서 호색한이라고 불리지 않으려면 집필의도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동성애 관련 소송, 나체 공연 금지 법률의 위헌 여부 심리 등을 맡거나 지켜보면서 성을 주제로 한 연구가 뜻밖에 미흡함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각 학문분야에서 성에 관한 서적은 많지만, 실생활과 사회 정책 입안에 필요한 정보는 부족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700여쪽에 달하는 책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다양한 성적행위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사회, 법적인 규제 양태를 정리했다. 역사 자료와 판례, 예술작품들이 광범위하게 인용된다. 그 과정에서 다뤄지는 성 문제 역시 다양하다. 혼전 성교, 동성애, 일부다처제, 성매매, 강간, 간통, 성희롱과 성차별, 자위행위, 복장도착, 피임, 낙태, 포르노그래피, 공공 노출증, 아동 성 학대 등….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다루면서 경제적 분석의 접근법을 사용한다. ‘성의 경제이론’을 수립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때문에 섹스 상대를 찾기 위한 탐색 비용 개념이 퍽 중요하다. 그에 따르면, 성적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시장의 규모가 크다면 탐색 비용은 낮아진다. 부유한 남성과 여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탐색의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성적 상대를 찾기 힘든 일탈적인 성, 예를 들어 동성애의 경우에는 도시화가 중요한 변수다. 잠재적인 남성 섹스파트너를 찾을 수 없는 동성애자들이 도시로 이주하면, 또 그 동성애자들을 찾아서 다른 동성애자들이 도시로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성의 경제이론은 고대 국가에서 더 뚜렷하게 적용된다. 그리스에서 다른 시민의 아내나 딸을 강간한 시민에게 극형이 선고된 것은 성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남편이나 아버지로서 한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로마에서 불륜을 저지르거나 남편의 동의없이 낙태를 행한 아내가 그 남편에 의해 처벌받았던 것도 역시 재산권을 침해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이런 역사적 고찰뿐만 아니라 현재 각 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성 범죄 형량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법률가의 책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성 법규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프로테스탄트 시절의 윤리가 아직껏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저항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지만, 자신의 의견은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독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성과 이성/리처드 포스너 지음,이민아·이은지 옮김/말·글빛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