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산행은 도선사 입구에서 시작된다. 백운대 매표소가 있는 도선사까지 40여 분을 걸어가기가 고민스럽다. 도선사행 셔틀버스가 있고,
택시도 운행하지만 불수도북 종주는 연결 지점을 포함해 모두 걷는 것이 원칙이어서 쉬엄쉬엄 걸어갔다.
매표소에서 백운대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잠시 평지가 이어지는 하루재를 넘어서자 웅장한 인수봉이 위압적으로 다가선다. 백운산장에서 식수를 채우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을 넘어서자 성곽 끝으로 백운대 암릉길이 떠오른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정상이 까마득하고, 암릉길을 아슬아슬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슴을
졸이게 한다. 암릉길 옆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천길 낭떠러지. "쇠줄을 놓치면 최하가 사망"이라는 앞사람의 말이 실감있게
들린다.
백운대 정상에 서니 사방시야가 탁 트이고 지나온 도봉산과 북수도북의 끝지점인 비봉능선까지 한눈에 잡힌다. 백운대를 내려오면
평범한 등산로다. 용암문에서 동수대~대동문~대남문까지는 산성 등산로가 길게 이어진다. 이 구간은 성곽 너머로 서울 시내가 펼쳐진다. 비봉능선은
북한산에서 기암과 바위봉우리가 가장 잘 어우러진 구간 중 하나다. 비봉 쪽보다 문수봉 쪽에서 보는 전망이 한 수 위다. 비봉매표소 하산행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실상의 북한산 능선 종주는 비봉에서 향로봉을 거쳐 불광동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대남문을 지날 즈음부터
지칠 대로 지친 종주자들이 그냥 하산하면서 불수도북의 끝지점이 비봉매표소의 구기동으로 굳어졌다.
결국 대세에 따르기로 하고,
비봉매표소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드디어 불수도북 구간 종주 끝. 박수 치는 사람 하나 없지만, 그 뿌듯함이란! 불수도북을 종주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총산행 시간 4시간30분(초보는 6~7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