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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침체가 한인언론사에게도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

이경희330 2009. 1. 17. 12:02

광고비 격감 ‘살아남아야 한다!’ 처절한 몸부림

전국적으로 몰아친 경기침체가 한인언론사에게도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특히 LA지역 한인 언론사들은 코리아타운 형성 이래 최악의 불황을 맞아 광고비 등 수입이 곤두박질 쳤다. 언론사들은 사활을 건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미 미주한국일보는 지난해 10여명의 직원을 감원 조치했다. 또 고통분담 차원에서 올 1월 1일부로 전 직원의 봉급을 일률적으로 10% 감봉하는 1단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조만간 2단계 구조조정도 시작될 것으로 보여 기자들의 한숨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주중앙일보 역시 최근 살을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로는 라디오코리아와 KBS America 등이 상당수 직원을 정리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사는 감원된 직원들로부터 소송을 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인언론계는 최근 구조조정으로 신문이나 방송의 질적 수준의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신뢰도에 있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한인언론이 더욱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최악의 감원여파로 이미 신문과 방송의 질은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사들은 인력을 축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시스템 자체의 구조 조정을 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일보 자매회사인 KTAN-TV와 SBS 라디오의 진로가 방송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리챠드 윤 취재부기자>

새해 LA지역 한인언론계 빅뉴스는 단연 지각변동이다. 타운 언론계에서 “미주한국일보가 돈 가뭄에 시달려 계열사인 KTAN을 폐지하고 공중파 채널인 SBS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오는 2월 15일부터 SBS 프로그램이 채널 18전파를 탈지 모른다는 구체적 내용도 언급됐다. 물론 미주한국일보와 SBS는 이 같은 루머에 대해 ‘절대 아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미주한국일보와 KTAN 관계자들은 “KTAN의 진로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할 뿐이다. 이 관계자들은 “KTAN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SBS측은 채널 18 진출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SBS가 채널 18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DirecTV와의 문제도 걸려 있다. 현재 SBS 프로그램은 Direc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이들 콘텐츠가 공중파로 방영되는 것에 DirecTV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SBS 입장에서는 이미 경쟁사인 KBS와 MBC 등이 LA지역에 자체 사옥을 갖고 공중파 방송에도 진출하고 있어 뒤쳐질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메말라 있어 자체 사옥을 준비하는데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만약 SBS가 KTAN 방송을 인수합병하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두 방송사가 합병되면 KTAN이 현재 내보내고 있는 채널 18을 통해 SBS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를 위해선 거쳐야할 관문이 많다. 현재 18번 채널을 통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KTAN방송은 불황 여파로 KSCI에 전파료 삭감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KSCI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다른 한인 방송사를 물색하면서 SBS에 방송 제휴를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KTAN이 채널 18에서 손을 뗄 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온 것이다.

KTAN 존폐위기

미주한국일보는 최근 불어 닥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광고수주가 크게 떨어져 1969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계열사인 KTAN-TV방송과 라디오서울 운영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주한국일보 경영진은 KTAN과 라디오서울에 대한 경영부담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계열 방송국을 다른 방송사에 합병시키는 안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KTAN방송은 그 동안 전파료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고 경기침체로 존폐 문제까지 심각 하게 고려하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라디오서울은 자체 스테이션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중앙라디오 출현으로 ‘한인 라디오 3파전’ 양상에서 뒤져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라디오서울의 매각도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지만 현실상 매입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A지역 한인방송계의 경쟁은 미주중앙일보가 2007년 종전에 라디오코리아 방송이 사용하던 주파수 1230과 전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중앙라디오 방송을 개국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중앙라디오가 출범할 당시는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았다. 그럼에도 당시 라디오 3파전은 피 튀기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최근의 불황으로 방송시장이 더욱 얼어붙어 라디오코리아와 라디오 서울이 각각 6대 4 정도로 양분됐던 라디오 시장이 3개로 쪼개져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여기에 본국에서 KBS, MBC, SBS 등 3대방송이 위성방송 시스템으로 미주에 진출해 영역을 넓혀가면서 기존의 한인동포사회 방송망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는 2월부터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리면 한인 방송계의 각축전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라디오코리아는 오는 2월 1일 개국 20주년을 맞는다. 지난 1989년 개국한 라디오코리아 방송은 불과 2년 만에 24시간 방송체제를 이룩했고, 92년 4.29폭동 때 ‘한국판 CNN방송’이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세계에 이름을 날렸다.
이후 승승장구한 라디오코리아는 2007년 고출력 자체 스테이션 (AM 1540)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탄탄한 운영기반을 다져온 라디오코리아도 불황만큼은 비켜가지 못했다. 최고의 인기 프로였던 ‘박무일의 고국소식’이 감원으로 폐지된 것이 대표적이다.
전 직원 10% 감봉에 따라 회사 측이 박무일 위원에게 ‘감봉조치에 협조해달라’는 통보를 보냈고 이에 불응한 박 위원이 ‘방송을 그만 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프로그램이 폐지된 것이다. 소식을 들은 애청자들은 “하직 인사도 안하고 프로가 중단되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 해 연말 라디오코리아 손태수 회장이 미주한국일보사를 찾아가 장재민 회장과 수차례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두 방송국의 합병설까지 돌게 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취임 일성 “구조조정”

2009년 LA한인언론계의 또 다른 빅뉴스는 중앙일보 LA지사의 신임 대표 취임이다. 지난해 말 중앙일보는 인사발령을 통해 중앙일보LA지사대표 겸 미주본사 부사장에 김용일(51) 아틀란타 지사장을 임명했다.
신임 대표를 맞은 김 지사장은 지난 5일 시무식 겸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시무식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온 기자들과 직원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김용일 신임 대표가 박인택 미주본사 사장과 봉원표 전 LA대표가 있는 자리에서 전 직원들에게 구조조정을 강하게 암시하는 ‘폭탄선언’을 던졌기 때문이다.
미주중앙일보는 이번 김용일 LA대표의 임명으로 박인택 사장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봉원표 LA대표를 아틀란타 지사장으로 전임시켰다. 실질적으로 김 대표가 LA지사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김 대표가 인사개편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어떻게 펴나갈지 주목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일보 본사의 한 소식통은  “김 대표가 구조조정을 하고나면 새로 미주본사 사장을 포함한 제2차 인사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A지역의 타 한인 언론사들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펴온 데 반해  미주중앙일보는 본사로부터 지사 운영업무에 대한 실사를 더 강하게 받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중앙일보 본사 감사팀은 LA에서 강도 높은 실사를 벌여왔다. 이 가운데 일부 영업 분야에서 큰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를 받은 LA지사 직원들은 “국정감사보다 더 강도가 높은 것 같았다”며 고개를 흔들 정도였다. 그동안 관례로 운영해온 사항들이 모두 지적사항으로 드러난 까닭이다. 본사로부터 강도 높은 감사를 받은 뒤 봉 대표가 그 책임을 지고 아틀란타 지사로 전임됐다.
신임 김 대표는 미주중앙일보 LA지사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게 됐으며 중앙 라디오 는 현재의 고계홍 대표가 계속 맡는 것으로 일단 정리가 끝난 상황이다.

양대 신문 각축전

새로 중앙일보 LA지사를 운영하게 된 김용일 신임대표는 중앙일보 본사 사회부 출신으로 국제부에서 활약해 주미특파원 등을 지내고, 워싱턴 지사장, 아틀란타 지사장을 거쳐 지사운영의 리더십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워싱턴지사와 아틀란타 지사 개척에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주에서는 한국일보가 미 대륙 전 지역을 커버하는 유일한 일간지로 체제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2007년 미 남부지역을 겨냥해 애틀랜타중앙일보가 창간되면서 1974년 LA에 중앙일보가 첫 발을 디딘 후 33년 만에 미 대륙을 모두 아우르는 ‘중앙일보 네트워크’가 완성되면서 두 신문의 각축전이 시작됐다.
이 같은 창간 작업의 리더로 나선 것이 당시  워싱턴 중앙일보를 세운 김용일 대표다. 미주중앙일보 네트워크에서 애틀랜타 중앙일보 창간이 갖는 의미는 크다. 중앙일보는 애틀랜타를 포함해 직영법인이 LA·뉴욕·워싱턴DC·시카고·샌프란시스코까지 모두 6곳으로 늘어났다.
미주에서 한인일간지로 쌍벽을 이루며 경쟁을 벌여온 미주한국일보와 미주중앙일보는 올해 각각 창간 40주년과 35주년을 맞는다. 지난 수십 년 간 중앙일보는 한국일보를 따라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벌여왔다.
2004년 중앙일보는 당시 미주지사 창간 30주년을 기해 홍석현 본사 회장이 ‘제2창간’을 선언할 정도로 각오를 다진바 있다. 당시 윌셔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창간 기념행사에는 홍석현 회장, 송필호 본사 대표, 김수길 본사 편집국장, 박의준 본사 경제부장 등 고위급 임원들이 대거 LA를 방문해 기세를 올렸다.
당시 이 지역의 한 원로 언론인은 “미주 지역 한인 신문 창간 행사에 본사의 최고 경영자들이 한꺼번에 오기는 미주한인 언론사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김용일 대표의 취임으로 중앙일보는 한국일보와의 경쟁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자 출신인 김 대표는 영업 관리 출신인 박인택 미주본사 사장이나, 봉원표 전LA지사 대표와는 다르게 기사의 질적 수준을 대폭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주한국일보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sundayjournal리차드 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