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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 100주년 기념행사 미스터리..범동포적 행사 ‘숨어서 준비하는’ 특별한 속사정 있나

이경희330 2009. 1. 11. 21:46

2009년 새해는 한인이민사회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해다. 오는 2월1일 미주한인 이민사상 최초로 설립된 한인연합체인 ‘대한인국민회(이하 국민회)’가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국민회의 주도로 이루어진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수립(1919년 4월13일) 90주년을 맞는다.
뜻 깊은 해를 맞아 한국정부는 3·1운동·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국민단결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3·1절 기념식을 상징적 장소에서 거행하고 전국적인 대규모 만세 재현 행사를 개최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행사는 서울, 상해, 중경 등 국내외에서 동시 개최되고, 이들 행사를 6·25와 함께 경제난국의 극복 의지를 다지는 행사로 추진하며 국민단합 축제와 병행할 방침이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해 안중근 의사 기념관 기공 등 의미 있는 기념사업도 추진된다.
한편 해외독립운동의 요람지인 LA에서는 국민회관기념재단(공동대표이사장 잔 서)이 주축이 되어 국민회 100주년 기념식 및 만찬회, 초기선조 묘역 참배, 국민회관기념관 재단장 사업,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 국민회 100주년역사 발간, LA시청에 태극기 게양식, 초기이민 후손을 위한 사은잔치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범 동포적 행사가 개최 한달도 채 남기지 않은 지난 5일 현재까지 한인사회에 전혀 홍보가 되지 않고 있다. 이 행사는 한국의 보훈처, 독립기념관 등이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LA총영사관(총영사 김재수) 관계자가 행사 지원과 관련해 국민회관 기념 재단측과 갈등을 빚은 나머지 행사준비에 차질이 생긴 실정이다.
국민회관기념 재단측 내부에서도 행사 주도권을 두고 파벌싸움을 벌여 거센 비난에 직면해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국민회는 과거 일제의 강점기 시절 미국 땅에서 독립운동을 이끌고, 상해 임시정부를 태동시켰으며 실질적인 재정을 담당해 미주한인동포들의 권익을 대변한 사실상의 미국 내 임시정부 역할을 했다. 이는 1900년대 당시로서는 유일한 동포 연합운동체였다.
오늘날의 LA한인회나 미주한인총연합회를 포함한 수많은 한인동포단체 연합회들도 그 뿌리는 국민회라고 볼 수 있다. LA한인회는 역사 기술에서 대한인국민회가 한인회 발족의 바탕이 되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특히 국민회는 1913년 당시 미국정부로부터 임시정부에 해당하는 역할을 인정받은 단체로 해외한인 독립운동사에 혁혁한 족적을 남겼다. 국민회가 존재했기에 상해임시정부도 탄생할 수 있었고, 대한민국 건국의 기반을 제공했으며, 미주에 한인들이 뿌리를 내리는 계기도 만들었다.
이러한 대한인국민회의 100주년 역사를 기념하는 행사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재미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선진조국의 발전과 한미결속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특히 현재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기 위기에서 지난날 국민회가 활약했던 시절의 투철한 개척정신과 독립운동을 되새겨 위기를 극복하는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할 때다.
이미 한국정부도 보훈처가 중심이 돼 3·1운동·임정수립 90주년을 국민단결 을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 중이다. 또 4·13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행사는 서울, 상해, 중경 등 국내외에서 동시 개최하는 등 대규모 국민축제로 승화시킬 예정이다.
따라서 대한인국민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은 재미한인사회가 거족적으로 치러져야 한다. 국민회의 창립 정신처럼 미주 한인단체들의 단합과 협동을 나타내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 한인단체들은 2009년 2월 1일이 국민회 100주년이라는 사실도 망각하고 있다.
올해가 3·1절 90주년이나, 대한인여자애국단 창설 90주년 그리고 안중근 의거 100주년이라는 사실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재단내부 갈등표출

 

현재 대한인국민회 창립100주년 기념행사는 국민회관기념재단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국민회의 본산인 국민회관을 복원하고 관리해온 기념재단이 가장 관계가 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행사는 일부 단체가 단독적으로 추진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적어도 독립운동 관계 단체는 물론, 한인사회의 중심적인 단체들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국민회 10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한국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본국정부 부처와 미주단체간의 교량 역할을 담당해야 할 LA총영사관이 국민회관기념재단 측과 갈등을 벌인 것은 동포단체를 우습게 보고 있는 공관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이 과정에서 공관의 송 모 영사는 권위주의적 발상으로 동포사회 단체를 상대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공관이 동포단체를 우습게 보는 데는 해당 단체의 문제도 간과할 수가 없다. 국민회 100주년 기념사업을 두고 재단이 한국정부에 지원금을 신청하면서 총영사관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 방침을 두고 공관과 의견 차이를 보인 것이다.
또 국민회관기념재단 내부에서 행사주도권을 놓고 내분이 벌어진 것도 한 가지 이유다. 당초 기념재단은 3명의 공동이사장을 선임해왔다. 3두 체제로 운영하다보니 의사집행 결정에 문제점이 많아 지난해부터는 1명의 대표 이사장과 2명의 공동 이사장 제도를 채택했다.
기념재단의 3인 공동 이사장은 국민회관을 재보수작업을 주관한 복원위원회, 국민회 청산을 위임 받은 흥사단, 국민회관기념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에서 각각 1명을 추천해왔다.
재단은 해마다 12월 정기총회를 갖는데, 규정대로라면 지난해 대표 이사장을 맡았던 잔 서 이사장이 물러나고 새 대표 이사장이 국민회 100주년 기념행사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100주년 행사를 기획 추진해 왔다는 이유로 잔 서 이사장이 자리를 계속 지킨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새 대표 이사장으로 내정됐던 송재승 공동이사장은 100주년 기념사업에서 배제됐다. 100주년 행사 주도권을 두고 흥사단측과 복원위원회측이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그런데 이들 3개 단체는 지난 2003년 국민회관 복원과정에서 발견된 소위 ‘다락방 유물’(약 2천 점)의 보존문제를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복원위원회측과 흥사단측은 USC 대학에 보존처리를 위탁하는 문제를 두고 교회가 동의를 하지 않는다며 비난하고 있고, 교회측은 두 단체가 일방적으로 교회의 제안을 무시했다며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재단 내부의 3개 그룹이 저마다 이해관계를 달리 하면서 갈등을 벌여왔다.
때문에 ‘다락방 유물’은 6년째 방치돼 썩어가고 있다. 사실상 기념재단측이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항은 바로 이들 유물의 보존사업이다. 그러나 재단의 내분으로 중요한 유물을 방치하고 서로간의 책임을 전가시키는 이전투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부실한 홈 페이지

국민회 100주년 기념사업 중에는 기념관 전시장 재단장 사업이 들어있다. 현재의 전시물과 전시관을 재구성해 전시장을 리모델링 하는 것이다. 일부 전시물이 철거되고 새로운 고증작업을 거친 자료들이 전시될 계획이다.
본지는 지난 2004년에 ‘국민회관, 가짜 기념관인가 복사본 기념관인가’라는 제목으로 전시장 진열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었다. 현재 국민회관 기념관에는 미주에서의 한인 독립 운동사를 포함한 한인사회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사진들과 문헌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거액을 들여 제작한 전시관의 사진과 사료들은 대부분 복사본이다. 국민회관을 복원하는데 들인 돈은 무려 50여만 달러. 회관에 설치된 전시품과 케이스들을 제작하는 데만 한국 돈으로 1억원 이상이 들었다. 이렇게 비싸게 제작된 전시관에 고작 복사판을 넣어 둔 것이다.

 ▲ 국민회관 내부 전시장
실제 원본이 전시된 품목은 오래된 태극기 등을 포함해 10점도 채 되지 않는다. 회관에는 모두 10여개의 유리 전시관과 벽면 패널 등에 약 140장의 사진들과 100여매의 사료들로 채워져 있다.
국민회관기념재단의 홈페이지(www.knahall.org)는 더욱 한심하다. 여러 항목 중 국민회 역사(KNA History)을 비롯해 기부자 리스트(Donation List), 재단역사(Foundation) 등은 ‘현재 구축중’으로 비워둔 지 오래다. 그동안 국민회관 복원을 위해 많은 기부자들이 있는데 그들의 명단조차 사이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또 행사와 프로그람(Event & Program) 란에도 아무런 정보가 없다. 국민회관은 미주 한인 사적지 1호임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어 가끔 언론이 이를 질책하곤 하지만 재단은 마이동풍으로 일관해 왔다.
현재의 기념재단 홈페이지는 한 개인이 제작한 ‘미주한인 100년의 발자취’ 홈페이지(www.koamhistory.com) 보다도 훨씬 미흡하다.
한편 재단측은 대한인국민회 100년사 편찬계획을 두고도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편찬사업은 기본적으로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발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전시장을 새롭게 재구성을 한다고 하는데 그 결과도 주목된다. ‘다락방 유물’의 보존처리도 못한 국민회관기념재단이 과연 100주년 행사와 사업을 어떻게 벌여 나갈지 한인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undayjournal성 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