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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민주주의는“다수결 보다는 대화와 타협 과정이 더 중요

이경희330 2009. 3. 2. 22:31

▲ 노무현 전 대통령(자료사진). ⓒ 사람사는세상 
MB법안을 놓고 중재 회담이 무산돼 국회가 파국 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수결은 결코 만능의 방법이 아니다, 민주주의 핵심 원리는 다수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다”고 의미심장한 조언을 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 진보 진영 일각에서 일었던 행적 평가에 대한 논란을 지적한 것이지만 국회 상황과 맞물려 민주주의의 원리와 민주시민의 자세에 대한 충고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1일 밤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세상(이하 ‘사람세상’)에 올린 “민주주의와 관용과 상대주의”란 제목의 글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기간 중에 ‘사람세상’에서 그 분의 행적에 대한 평가를 놓고 논쟁이 있었다며 “민주주의라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화두로 꺼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민주주의의 철학적 기초는 ‘상대주의’”이며 “‘자유와 평등’은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이고 민주주의 제도의 기초를 이루는 사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 자유와 평등은 상대주의 철학에 기초하지 않고는 설 수가 없다”며 “어떤 사람은 항상 현명하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평등이 설 수가 없을 것이고, 어떤 생각은 옳고 다른 생각은 그르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누구도 다른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원리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용’”이라며 “이것은 상대주의의 귀결이기도 하고, 상대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통합의 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극적 의미로 보면 관용은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이지만 “그러나 그것만으로 민주주의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관용이 필요하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노 전 대통령은 “공동체에는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가야 할 일이 있다”며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통합하고 이를 이루는 방법에 관하여도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흔히 이런 경우에 대비한 민주적 과정으로 다수결을 말하지만 다수결은 결코 만능의 방법이 아니다”며 “실제 민주주의 과정에서는 다수결로 결정을 하기 이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설득과 타협의 과정을 거쳐서 다수결에 붙일 수 있는 안을 다듬어 낸다”고 다수결 이전의 의견 수렴 과정을 지적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많은 쟁점은 합의를 이루게 되고, 일부 합의가 되지 않은 쟁점이라 할지라도 충분한 토론과 조정이 이루어지면 다수결 절차에 합의를 이루게 되므로, 표결의 결과에 흔쾌히 승복은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적극적인 방해는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며 “그러므로 민주주의 핵심 원리는 다수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필요한 관용은 바로 이런 의미의 관용이라야 한다”면서 “말하자면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인정하고 방임하는 수준을 넘어서,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다름을 상호 수용하여 이를 공동체의 가치와 이해관계로 통합할 줄 아는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고 ‘적극적 관용의 자세’를 역설했다.

그는 “억압적인 지배체제에서 쌓은 기득권의 세력은 지난날의 체제에 향수를 가지고 끊임없이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권위주의 문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에 낯설어하고, 지난날을 그리워하여 그에 동조하고, 반대로 오랫동안 타협할 수 없는 가치를 놓고 싸웠던 사람들은 구시대의 체제와 문화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그래서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은 끊임없는 갈등의 과정이 된다”고 민주주의 역사를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17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거듭 구상하고 말해왔던 동거정부의 구상은 기회를 잃어버렸고, 대연정의 구상은 무리했던 것이라 결국 패착이 되고 말았지만, 저는 여전히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관용의 문화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며 재임 시절 대연정을 제안했던 이유를 언급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반대한 이유는 그것이 관용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강정구 교수의 처벌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이유는 그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라면 그 정도의 발언은 용납되어야 할 자유이기 때문”이라며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마저도 납득하지 않으셨으니 앞길이 얼마나 험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고 진보 진영의 고 김수환 추기경 논란을 비판했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