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이슈 부채질

검찰 미스테리···미네르바를 잡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신동아> 인터뷰한 또다른 미네르바는 놔두고, 이걸로 끝~?

이경희330 2009. 1. 11. 22:31

생각할 수록 이상하다. 검찰은 진짜 미네르바를 잡자는 것일까, 말자는 것일까?

미네르바 구속 이후, 검찰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가 '애매모호'하기 이를 데 없다. 언뜻 보면, 희생양 한 명 앞세워 놓고 내 할 일 다 했다고 대충 둘러대며 농땡이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경제 독학한 30대 무직남" 박모 씨를 긴급 체포하면서 이 사람이 미네르바라고 큰소리 떵떵 쳤을 때만 해도, 허위사실을 유포해 대한민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범죄자'를 처단하려는 검찰의 의지는 분명한 듯 보였다.

네티즌들이 "가가 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도, 검찰은 "그가 틀림없다"고 호언하면서, 박모 씨의 자백과 그가 검찰 앞에서 45분 만에 썼다는 A4용지 2장 분량의 글을 그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박 씨가 쓴 글은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짜깁기한 글"이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문제는 바로 거기서 발생한다. 박모 씨는 "미네르바 필명으로 올려진 280여건의 글은 모두 자신이 직접 쓴 글"이라고 시인하면서도, <신동아>에 기고한 적도, 인터뷰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런데 아다시피, <신동아> 12월호에는 미네르바가 투고했다는 장문의 글과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절필 선언 후 최초 토로'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가 버젓이 게재돼 있다.

자! 이 미스테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답은 둘 가운데 하나 밖에 없다. <신동아>와 인터뷰 한 적 없다는 박모 씨의 말이 거짓이거나 아니면 <신동아>와 인터뷰한 또다른 미네르바가 존재하거나.

그러나 박모 씨의 말이 거짓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체포돼서 신원이 다 까발려진 마당에 더 잃을 것도, 더 감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필명으로 올려진 모든 글을 자신이 썼노라고 시원하게 시인한 사람이, 유독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거기에 투고한 글만 "내가 한 것 아니다"고 발뺌할 까닭이 무에 있겠는가?

그렇다면 남은 답은 하나 뿐이다. 곧 <신동아>와 인터뷰한 또다른 미네르바가 존재한다는 것! 그런데 이렇게 되면 앞서 인용한 박모 씨의 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따라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그가 썼다고 자백한 모든 글 안에 <신동아>에 투고한 장문의 글까지 포함시킬 경우, 검찰이 체포하고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미네르바는 자동으로 가짜로 판명된다.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올려진 모든 글은 내가 작성했는데, 역시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신동아>에 기고한 글은 내가 작성한 것이 아니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미네르바란 필명으로 올려진 모든 글은 내가 작성했다"는 박모 씨의 자백을 인터넷에서 작성한 글에만 한정시키면, 이런 모순을 피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체포했다고 득의한 미네르바가 실은 한 명이 아니라 적어도 둘 이상이라는 사실이 이로써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자신들이 잡은 미네르바가 가짜거나 아니면 여러 미네르바 가운데 하나만 잡았다는 결론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러나 아무리 모자란 검찰이라도 전자를 선택할 수는 없을 게다. '가짜 미네르바'를 체포해서 진짜처럼 위장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되니까. 검찰로선 그보다 더한 치욕이 어디 있겠는가.

뿐인가. 가짜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까지 한 큐에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말 대한민국 사법부만 개망신 당하는 꼴이다. 이 수모, 이 굴욕를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럴진대, 검찰이 현 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여러 미네르바 가운데 한 명만 잡은 것에 불과하다고 솔직히 실토하고, 또다른 미네르바를 검거하는데 총력을 쏟아 붓는 거다. 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 검찰 하는 짓을 보라. "모 월간지와 인터뷰한 또 다른 미네르바의 실체에 대해서는 조사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KBS 9시뉴스), "다른 인터넷 논객에 대한 수사 계획은 없다"(MBC 9시 뉴스데스크)고 말했단다.

▲ 문한별 편집위원 

 

 

이게 말인가, 소인가. 피의자 박모 씨의 진술로 또다른 미네르바가 존재한다는 것이 '명명박박'해 졌는데도,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할 생각이 없다니, 이래서야 '허위사실 유포'을 강력히 처단해 대한민국 경제를 바로 세우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어느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검찰이 국민 보는데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처신해선 곤란하다. 옛말에 남자가 칼을 빼들었으면 호박이라도 자르라고 했다. 시늉만 내지 말고 끝을 보라는 소리다. 검찰의 분발을 촉구한다. MB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