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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대표 못해 먹겠다" 잠적…한나라, 공천갈등 재점화

이경희330 2008. 1. 30. 10:05

공심위 '부패전력자 공천 제외' 입장에 내분 격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공천갈등을 해결하기로 합의했음에도 한나라당 주류 측이 당헌·당규 공천원칙을 고수하는 바람에 한나라당 공천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대표 못해 먹겠다"며 잠적했다.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24일 만나 '공정한 공천'에 합의하며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들의 공천을 보장하기로 구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 박근혜 전 대표의 대리인 격인 김무성 의원은 다음 날인 25일 수차례 만나 부패 연루자 공천과 관련된 당헌·당규를 융통성있게 운용하기로 의견접근을 이뤘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의 공천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발언까지 했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사단은 29일 발생했다. 공천심사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부패전력자를 공천신청 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부패 전력자 공천배제라는 한나라당 당헌·당규를 한자도 고칠 수 없으며 완강히 버텼고 공심위 간사인 정종복 사무부총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공천 신청 요건은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기로 합의했다"며 마치 합의한 것처럼 발표했다.

정 사무부총장이 말한 당헌·당규는 '당규 3조 2항'을 말하는 것으로, 이에 따르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천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게 된다.

이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당장 '친박(親朴)'계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공천신청 자격 자체를 박탈당하게 되는 만큼 박 전 대표 측의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강 대표는 김무성 의원, 이방호 사무총장과 3자가 합의한 것을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날 뒤엎고 나서면서 "대표 못해 먹겠다"며 연락을 끊었다.

강 대표는 이날 공심위 회의 결과를 듣고 "이런 식으로 정치가 되면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 간에 합의한) 신의가 무너지고, 한나라당은 자멸하게 된다"면서 당 대표직을 던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강 대표가 김무성 의원과 구두 합의한 것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당헌·당규 원칙 공천기준을 고집하고 나선 것이 이명박 당선인의 뜻인지,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의 입장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재오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당헌·당규를 한 글자도 고칠 수 없다"고 말해 이재오 의원 측이 이방호 사무총장의 이날 행동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CBS정치부 장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