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이슈 부채질

가능성 있는 배고픈 창작 노동자 차명진 의원을 우리 모두 후원합시다

이경희330 2010. 7. 27. 21:08

나는 토요일 밤의 할인 매장을 사랑한다. 지역 상권을 초토화 시키고, 소상공의 피로 배불리는 대기업을 사랑하는 게 아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파격가로 땡처리 되는 식료품을 사랑할 뿐 이다. 그래서 나의 마트사랑은, 주말 한정이다.

 

주접과 궁상도 골고루한다며 놀려도 소용없다. 총수가 고료를 올려주지 않는 이상 주말 밤이면 신데렐라처럼 찾아오는 내 사랑도 변치 않을 거다. 만6천 원짜리 멜론을 2천원(!)에 찍어온 적 없는 사람은 날 놀리지 말라. 그 때 나의 가슴은 벅차올랐고 손끝은 조금 떨렸다. 아무튼 덕분에 골방생활 중에도 간신히 단백질과 과일 맛을 보며 산다. 이런 내가 다음과 같은 보도를 접하고 대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차명진 의원 체험 수기 논란, "쌀 한 컵+참치캔 등으로 충분, 문화생활까지"(기사 = 미디어 오늘<클릭>)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라고 중얼거리며 주먹을 굳게 쥐었다 펴길 수차례. 대체 이게 뭐하자는 수작인가. 말해 봐요 그 때 정말 날 죽이려고 그랬어요? 아니, 이건 잘못 나온 대사. 워낙 혈압이 올라서 말도 헛 나온다.

 

아무튼 대체 차 선수는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이런 ‘광역도발’에 가까운 그의 행동에서 숨은 진의를 캐보려고 곰곰이 생각해봐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불현 듯 그냥 있는 그대로, 어떠한 숨은 뜻도 없는 진실,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지금까지 그의 언행으로 미뤄 봤을 때 오히려 이쪽이 더 그럴싸하다.

 

실제로 차 선수는 10만 원짜리 여의도 고급 횟집보다 자유 시장 천원국수를 사랑했던 사내. 즉석조리 쌀국수로 간단히 한 끼 해결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차명진 좌충우돌 의정일기 中 ‘맛 대 맛 - 십만 원짜리 회와 천원국수’(클릭) 그림은 선거 운동 도중 살이 빠졌다며 스스로 홈페이지에 올린 자화상

 

 

하지만 그렇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가 누군가? 지, 덕, 체, 에로를 모두 갖춘 이들을 위한 꿈의 스포츠, 대한민국의 유리알 유희, 國K-1의 대표 선수가 아니더냐. 이명박 캠프 홍보부장, 딴나라당 대변인(大便人)을  거쳐온 그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미 지난 주 우리는 ‘의회로 간 파이터(기사 클릭)'에서 그의 모습을 여러 차례 확인 했는데,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스포츠의 첨단에 선 國K-1 유명선수의 영양학적 지식과 습관이라는게 고작 냉동식품에 통조림 수준이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이거야 말로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이젠 변해야한다. 특히나 우리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힘과 기술’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더 이상 그래선 안 된다. 힘도 기술의 일종으로 봐야한다. 

 

조금 바꿔 말하자면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바로 기술이고, 기술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바로 힘. 이것은 스포츠 시장의 팽창과 함께 몰려든 기라성같은 재원들이 수십년간 증명해온 사실이다.

 

점차 기술 수준은 상향평준화 되고 전략과 전술은 노출, 간파되면서 ‘힘’ 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육체적 능력’이 승부의 방향키를 쥐게 된다. 몸과 몸이 있는 그대로 부딪치는 원초적인 스포츠, 투기 종목에선 그 영향력은 더욱 절대적이다.

 

떠올려보자. 발루에프와 클리츠코 이 후 ‘거인복서’ 들이 점령한 헤비급 복싱을 보며 ‘타이슨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김영현과 최홍만 이후 더 이상 백두급엔 기술씨름이 없다며 혀를차던 어르신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브록 레스너에게 랜디커투어의 관록이 무너지던 날 옥타곤에 가득 찬 탄식을.

 

 


國K-1도 예외가 될 순 없다!

 

 

國K-1도 거기서 예외일 순 없다. 압도적인 육체능력 하나만 가지고 중견 선수들을 제압하던 슈퍼루키 김성회의 모습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 누차 말하지만, 그가 우월한 피지컬(Physical : 선수가 가진 신체조건과 육체능력 전반을 가리키는 말) 이 부각되어 과대평가 된 선수이긴 해도 강한 선수라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이제 최첨단을 향해 달려가는 스포츠 세계에서 기술과 전략전술은 기본이고  피지컬로 한끗 싸움을 펼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유능제강(柔能制剛)과 같은 덕목을 강조하며 육체적 훈련 자체를 터부시 하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존재하는 동양무술계에선 더욱 절실한 면이다.

 

아무튼 이런 측면에서 보면 그간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 차명진 선수의 부진도 이해 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 한들 그걸 뒷받침할 몸이 없다면 대체 무슨 소용일까? 그리고 체계적인 훈련 뒤 균형 잡힌 영양과 휴식이 따라오지 못하면 강인한 육체는 결코 얻을 수 없다.

 

 


2009년 7월 미디어 법 공방전에서 투지 어린 모습의 차명진 선수

(가운데, 사진제공 = 오마이뉴스)

 

 

그러나 현실은....

 

 

2007년 12월 열린 국회 BBK 로얄럼블에서 최초 탈락 (사진제공 = 오마이뉴스)그렇게 깨작깨작 먹으니 맷집도 부실할 수밖에...

 

 

 


2010년 3월 1일, 미디어 법 공방전에서 민주당 당직자에게 ‘선빵’을 
날리고도 역전패 (사진제공 = 한겨레)

 

 

여태껏 수준 높은 그래플링과 창조적인 경기운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겨온 딴나라당의 현실이 고작 이 정도였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본지가 나설 차례 아닌가. 이미 똥색 딴지 시절부터 봄날

아줌마 발굴, 레져 사관학교, 스포오츠 강좌, 남로당 창당(으응?)등으로 대한민국 육체 체육계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온 본지. 딴나라당이 필요로만 하다면 딴지 육체체육부의 젊은 기수, 본 기자가 직접 총수를 설득해 딴나라당 선수들을 위한 피지컬 트레이닝 과정을 개설할 용의가 차고도 넘친다!

 

(대신 커미션은 좀 넉넉히 챙겨줬으면 한다. 처음에 밝혔듯, 본인은 현재 주말 밤의  할인 마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

 

..................여기 까지 쓰고 앞으로 쇄도할 요청과 쏟아지는 커미션 생각에 흐믓해져 마무리 지으려던 찰나, 아차 하고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사진 한 장. 이래서 사람이 기억력이 너무 좋아도 병이다.

 

 


2008년 7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산 소고기 시식회에서 차명진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소고기 스테이크를 서빙하고 있다.

(사진제공 = 연합통신)

 

 

국민들에게 값싸고 질 좋고 안전한 미국산 소고기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 이 날 시식회는 초선의 안형환 의원이 준비했고, 미국산 쇠고기 구입은 심재철 의원 측이 했다. 차 선수는 웨이터 노릇을 하다 접시를 받아들고 감격한 듯  “미국소 먹으려고 점심까지 굶고 왔다”, “한우보다 맛있네” 라고 말하며 순식간에 스테이크 한 접시를 비웠다. 그 날의 기억이 갑자기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거다!

 

그렇다.

가난하다고 모르겠는가.

천 원짜리 잔치국수보다 남의 살이 더 맛있다는 사실을.

 

가난하다고 왜 모르겠는가!

정육 코너 앞에서 가격표만 바라보다 물끄러미 돌아서던 너의 어깨,

균일가 970원 코너로 옮겨가던 무거운 발걸음!

 

가난하다고 왜 몰랐겠는가.

육고기 맛  보고 싶소 잔치 집을 찾아가 하루 종일 접시를 나르던 너의 땀방울.

 

가난하다고, 가난하다고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가난해서, 가난해서 보는 나도 눈물겨운 너의 서툰 칼질.

 

왜 하필 레토르트 중에서 짜장도, 카레도, 하이라이스도 아닌 미트볼이었을까. 

 

나는 알 수있을 것 같다.

 

 


‘나도 한 입만’ 이라고 이마에 써 붙인 얼굴 시식회장을 서성거리는 차명진 선수
(사진제공 = 오마이뉴스)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가 지금 누구 주머니를 곁눈질하며 못 된 마음을 품었는가.

 

차명진 선수는 바로 사옥으로 연락 바란다. 나도 가진 게 없어 지금 당장 줄 건 없고 총수에게 잘 말해 일일 최저 생계비 지원(6300원), 아무리 못해도 교통비 지원(70원. 버스비 기준)정도는 주선할 용의가 있다.

 

지금 바로 연락 바란다, 02-771-7707 이다. 폰이 없거나 요금 체납으로 끊겼다면 콜렉트 콜이라도 좋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P.S.

 

이것은 편집장님께 드리는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차명진 선수를 만평이나 4컷 만화 코너로 영입하는 건 어떻습니까?

 

 


2010년 3월 18일, 국K.O,사당에서
딴 짓 습작 중인 차명진 선수.

이번엔 미화 없는 본인의 솔직한 캐리커쳐로 보인다.

(사진제공 - 뉴시스)

 

 

이미 자기 홈페이지에 2007년부터 명빨기명빠기 일기, 좌충우돌 의정일기 같은 이름으로 만평과 그림을 올린바 있어 포트폴리오 삼아보시고 판단해 주십시오. 민족정론을 표방하는 우리가 가능성 있고 배고픈 창작 노동자 한명 후원해 줄 여유도 없습니까? 고개 숙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딴나라당은 선수 처우 개선하라! 대변인(大便人)급의 선수가 대체 저게 무슨 짓이냐! 국내 프로 스포츠계의 최정점에 선 國K-1에 걸맞는 선수 복지와 처우 개선을 요청한다!

 

행동하는음심 청용무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