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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악덕 비자브로커, 사기사건 ‘갈수록 대담’

이경희330 2008. 2. 24. 01:50
가짜 ‘취업증명서, H-2비자’ 발급 거액 갈취
이민국 신청서류에 ‘가짜 도장 ?위조사인’까지
 ▲ 미국 입국시 이민국에서 준 비자발급 서류. 이민국의 도장과 이민관의 사인이 찍혀있다.
아래 사진은 브로커가 이민국에서 발급해 준 비자발급서류라고 건네 준 허위 발급증. 이민국 직인부터가 조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조기유학 열풍 속, 유학 알선과 관광비자로 입국한 한국인을 상대로 합법적인 비자를 발급해준다는 미끼로 한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인타운 내에 이민 유학 비자발급 브로커 사무실을 열고 합법적인 체류신분 때문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이민국 비자신청서류에 가짜 도장에 사인까지 위조해 마치 이민국에서 발급해 준 비자인 것처럼 속여 적게는 수천달러에서 많게는 수만 달러에 이르기까지 착복한 뒤 종적을 감추어 버려 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T리’라는 30대 중반의 이 브로커에 속아 25,000달러를 사기 당한 이홍제(20)군은 ‘돈은 돈 대로 날리고 국제미아가 되 버린 기막힌 사연’과 함께 비자사기 브로커의 기상천외한 대담한 수법을 제보해 왔다.
                                                                                              조현철(취재부기자)

이홍제(20)군은 피치 못할 가정사정으로 15세 때 모친과 함께 6개월 관광비자로 LA로 들어와 지금까지 불법체류자로 살고 있다. 이군은 다행히 교인들과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중2006년 6월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으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신분이 필요했다. 이군은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의 소개로 비자대행 사무실을 운영하는’타미 리’라는 브로커를 만나게 되었다. ‘안심하고 믿어도 된다’는 선배의 말에 자신의 현재 상황을 말한 이군과 모친은 합법적인 비자를 발급해 주는 조건으로 2만2천 달러를 주기로 하고 우선 5천 달러를 건네 주었다. 나머지 돈은 비자가 나오는 즉시 건네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H-2비자가 나왔으니 찾아가라는 연락이 와서 가보니 정말로 비자가 나온 것이었다. 분명하게 이민국 도장(사진 1)이 선명하게 찍혀있었고 이민관의 사인까지 있어 한치의 의심이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10일 후 인 6월12일 모친 박모(당시 45세) 명의의 노동허가서(사진2)가 집으로 우송되기까지 했다.
그 동안 불법체류로 마음 졸였던 모자는 모든 불안감에서 벗어나 해방감에 들떠있어 브로커와 약속했던 나머지 금액 모두를 CASH로 건네 주었다.

 ▲ 사진3는 브로커가 이홍제군의 모친에게 건네 준 노동청의 노동허가서 사본. 그러나 신청번호가 없어 이 역시 브로커가 임의로 조작한 허위서류였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모조리 위조 허위 이민국 서류

이군 모자가 브로커를 믿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브로커가 준 유학비자(H-2)를 가지고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차량등록국(DMV)에 가서 비자를 제시하고 운전시험을 거쳐 임시면허증까지 받았다.
이군은 이 비자로 칼리지에 수강신청까지 했다. 그러나 수일 후 DMV에서 메일이 날라왔다. 이군이 DMV에 제출한 유학비자(H-2) 번호 정보가 틀려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줄 수 없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불현듯 이상한 생각이 든 이군 모친은 부랴부랴 브로커에게 연락을 취해 보았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윌셔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 가 보았지만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브로커를 소개해 준 선배를 찾아 보았지만 선배 역시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뒤늦게 이민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그간의 사정을 물어보고서야 사기를 당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변호사 말에 의하면 ‘H-2비자는 신청한 다음 날 나올 수 없으며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민국 비자신청서에 이민국 도장을 위조해 찍어 준 전형적인 비자사기’라고 말해 주었다. 또한 모친에게 발급해 준 ‘노동허가서(Labor Cert)’ 역시 신청번호도 없는 공백으로 되어 있어 이 역시 가짜 노동허가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군, 오갈 때 없는 국제미아로 전락

이민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만약 이군이 18세 이전에 신청만 했더라도 어느 정도 구제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제는 20세가 넘어 기 유효기간을 놓쳤다는 것이다. 현재 불법체류자 신분인 이군은 한국으로 나가더라도 그 기록이 남아 있어 다시 미국으로 들어 오기가 힘들다고 말하며 ‘이런 악덕 브로커들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하며 최근 이런 유형의 사기사건이 국토안보부와 경찰에 신고되지만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는 것이다.
악덕브로커들은 바로 이런 약점을 노려 어수룩한 유학생과 가족들을 주 대상으로 노린다. 악덕 브로커의 농간에 2만2천달러의 거금을 날리고 졸지에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생활하고 있는 이군은 현재 자동차는 있지만 운전도 할 수 없는 처지이고 언제 걸릴지 모를 다급한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자니 피치 못할 가정사정과 군대문제도 걸려있어, 더욱이 불법체류자 기록이 남아있어 다시는 미국으로 들어 올 수 없다는 기막힌   처지에 놓여있다.
사업자등록만 하면 아무런 제약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민유학비자대행사는 현재 한인타운에만도 수십여곳의 업체가 운영되고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곳은 극히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매년 30% 이상의 업체가 소리 소문 없이 종적을 감추고 있다. 한국 초중고생 해외 유학생 수가 2만 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함께 급증한 유학사기에 돈 잃고 국제미아가 신세가 되는 어린 유학생들의 꿈과 부모의 피땀 어린 돈을 노리는 악덕브로커들의 사기행각은 갈수록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본보 기자는 이군이 건네준 브로커의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착신거부로 되어 있어 취재를 할 수 없었다.

‘의심 가는 돈 거래는 하지 말아야 ‘

돈부터 요구하는 브로커는 일단 의심부터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의심이 되는 금전거래는 아예 하지 않도록 하는 경각심이 요구된다.
유학생들을 상대로 한 사기사건이 호주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학생들이 몰리는 LA에서는 유학생들의 약점을 이용한 브로커들이 사기행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합법적인 유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을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며 몇 천불의 소액을 노리는 사기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태다. 특히 미국실정과 법으로 모르고 영어가 짧은 비영어권 출신 유학생들의 피해가 더 극심한 편이다. 사기꾼 대부분이 가명을 사용하며 한탕을 하고나면 즉시 사무실을 폐쇄하고 종적을 감추지만 자신의 신변에 불이익을 염려해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한다. 신고를 하더라도 경찰 검거가 매우 힘든 상황이며, 경찰은 인력 부족을 내세워 몇 십만 달러 이하의 사건인 경우 이에 따른 수사마저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확신할 수 없는 돈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하며 유학생이나 당사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안심할 수 있는 유학 비자전문업체를 통해 안전한 학교 수속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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