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포럼(대표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과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소장 김일)는 15일 경기도 양평에서 ‘경제난국, 시민사회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시민단체 지도자와 학자 등 30여 명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시민사회포럼과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가 개최한 ‘경제난국, 시민사회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주제의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 |
◆한국 경제의 문제와 방향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고려대 총장)
국제 금융위기 속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역주행하고 있다. ‘747 성장공약’에 매달린 팽창정책으로 물가상승과 불황을 부추겼고 외환시장에 냉탕온탕식으로 잘못 개입해 경제위기를 확대시켰다.
이제 외국자본의 투기 희생물로 전락한 한국 금융체제를 다시 찾아 경제주권을 지키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획기적 기업 투자환경 개선책으로 실업·물가·부채의 3중고에 시달리는 국민을 구해야 한다. ‘신산업 발굴과 중소기업 육성→일자리 창출→고용과 민생 안정→경기 회복→투자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사회협약이 요청된다. 협약에는 일자리 나누기, 기업의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 한국식 시장경제 모형 합의 등을 넣자.
◆금융위기와 시민사회 (이정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국제사업단장·대구가톨릭대 교수)
시민사회의 기반이 강한 나라는 경제위기를 비교적 잘 견디고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잘 발달돼 있는 스위스를 비롯해 일본·독일이 해당한다.
스위스에서는 중요 경제정책을 모두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몇 달씩 직접민주주의 식으로 토론해 결론을 낸다. 이를 통해 유로화를 쓰지 않으며 유럽연합(EU) 가입도 부결시켰다. 중소기업끼리 통용하는 공동체 화폐 제도도 튼튼하다. 시민들은 고기를 살 때도 일부러 여러 정육점에서 교대로 사준다. ‘소비=고용’이라는 소비자교육이 철저해서다. 시민사회는 정부와 시장에 직접 개입하며 융합한다. 그 결과 스위스는 2개 은행 외에는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반면 시민사회의 기반이 취약한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쉽게 무너졌다.
경제 문제에서 시민단체들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가령 펀드·보험 같은 큰 금융상품을 구입할 때 사람들은 별 지식 없이 구매한다. 시민단체들이 이때 설명자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민사회는 경제정책에 대해 정부에 설명 책임을 요구할 뿐 아니라 시민사회 입장에서 설명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국가적 낭패가 없어질 수 있다. 또한 공적자금이 투입됐을 때 이를 추적, 그 책임을 묻는 작업에도 시민단체가 기여해야 한다.
◆토론
이명희 바른선거시민모임중앙회 상임고문은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때는 국민의 위기 극복 의지가 강해 ‘금 모으기 운동’ 등을 성공적으로 벌였으나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어 안타깝다”며 “현재는 정부가 국민에게 심하게 불신당하고 있어 시민단체들이 위기 극복 캠페인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민생경제 살리기 국민창안운동을 생각해 볼 때”라며 “녹색 경제, 녹색 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환경파괴정책 같은 ‘죽임의 경제’를 ‘살림의 경제’로 바꾸는 운동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덕승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빚을 줄이고 신용관리를 강화하는 소비자교육, 유통 거품을 제거하는 물가안정운동 등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장기표 새마을운동중앙회 상임전문위원은 “달동네 사람들은 6개월을 못 버틴다”며 “시민단체들이 대통령과 정책 탓만 하지 말고 버려질 사람들을 돌아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평=최준호 기자
조혜랑 중앙일보 대학생NGO기자, 사진=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