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17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부동산정책을 맹비난하며,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시절이던 2005년 2월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강남 아파트값 폭등의 책임을 추궁했다.
재임기간중 부동산값을 폭등시킨 주책임이 있는 노무현 정권의 비판이기에 아이러니하나, 실제로 이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기간중 서울 아파트값 폭등에 책임이 있는 몇가지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하나는 서울시 보유지인 성수동 서울의 숲 일대 땅을 평당 7천만평에 매각해 서울시 재정 건전화에는 도움을 줬으나 강남 아파트값 폭등의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청와대가 지적한 2005년 2월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매머드 플랜'이 그것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50~60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23개 건립 계획
청와대가 문제삼은 2005년 2월 압구정도 매머드 재건축 파문은 어떤 것이었나.
2005년 2월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현대 1∼7차와 10차 단지인 압구정아파트지구 2주구 주민들은 13, 14차 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들을 1개 대단지로 묶어 재건축하는 내용의 개발기본계획 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주민들이 제출한 계획안은 이미 전해 12월말 강남구청 홈페이지에 '압구정 아파트지구개발 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람공고'라는 이름의 문건을 띄워 공람공고를 마친 상태로, 서울시에 제출돼 시의회 의견청취와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결을 남겨둔 상태였다.
34만8천2백35평에 51개동 3천8백96세대가 살고 있는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단지는 북쪽으로는 한강과 올림픽대로에, 동.서.남쪽으로는 언주로와 논현로 압구정로와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 접하고 있는 강남의 노른자위다. 또한 단지 입구에는 갤러리아 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앞서 2월4일 건설교통부가 현재 '층고제한'에 묶여 7층 또는 12층 아파트밖에 지을 수 없는 나머지 2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해서도 층고제한을 폐지해 하반기부터 고층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히면서, 압구정 재건축지구 모든 곳에서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가능해지게 돼 주민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주민들은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따라 각종 규제가 속속 해제됨에 따라 기존 51개동의 2분의 1가량인 23개동 최고 60층의 초고층 탑상형 아파트를 짓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었다. 이같은 계획이 실현될 경우 현재 한국최대 주상복합아파트 단지인 타워팰리스 단지를 8개 합친 규모의 한국최대, 아니 세계최대 규모의 초고층아파트 대단지가 출현할 전망이었다.
대단지내 학교-명문학원-골프장 건립 계획
주민들은 또한 주상복합 대단지를 구성할 경우 기존의 단지 사이로 났던 5개 공공도로를 없애고 주차장은 모두 지하에 만드는 등의 방식을 통해 주택용지내 녹지비율을 주택용지면적의 30%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여기에 미니 야외골프장과 인공호수까지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또한 단지내에는 각각 3개씩의 초등-중-고등학교를 세우고 유명학원들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말 그대로 강남 압구정 일대에 일반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강남속 강남 블럭'을 건설하려는 것이었다.
압구정 주민들은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아파트 평당가격이 타워팰리스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계획대로 일이 풀리면 고급 아파트 원조지대임을 자부해온 이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타도 타워팰리스'의 꿈이 실현될 판이었다.
강남구에 제출한 이 계획에 대한 서울시 입장도 수용쪽으로 흘렀다. 그러나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변 일대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이에 따라 이를 허용해주려는 서울시 및 용적률을 완화시켜준 건교부에 대한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건교부는 얼마 뒤 '허가 불허' 쪽으로 방침을 정했고 계획은 유야무야됐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 후보가 집권시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청와대가 압구정 재개발 계획을 정조준하고 나서는 등 재차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 시작해, 향후 뜨거운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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