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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노리는 또 다른 페이스메이커 - 문국현

이경희330 2007. 8. 26. 00:12
드디어 정치영역에 뛰어든 문국현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또 다른 페이스메이커 문국현이 오랜 숙고와 준비 끝에 어제 정치참여 및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이틀간 톱뉴스로 그의 출마선언과 첫 번째 대논쟁 프로젝트를 생중계했고 오연호 기자의 '오연호리포트 선택 2007 - 김헌태의 1% 도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달린 엄청난 댓글수와 독자들의 강도 높은 긍정적 술렁거림은 그에게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였던 이들(나 역시 이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다)조차 한번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게 만든다.

서프 게시판과 댓글에도 문국현을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한 듯한 분들의 의견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는걸 보면 오마이뉴스 독자들의 한정된 반응으로 치부할 일은 아닌 듯싶다. 놀라운 반응의 줄기는 이렇다. '이제야 최선을 찾았다', '2002년의 감동이 다시 살아난다.', '이명박의 진정한 대항마 발견', '삶 그 자체로 자신의 컨텐츠를 증명한 사람'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조중동을 비롯한 주류언론은 의도적으로 문국현을 열심히 외면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런 스탠스를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문국현은 그 자체로 차별화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독점하며 그 단물을 실컷 우려먹고만 있는 이명박 후보의 천적으로 부상할 '내용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국현의 컨텐츠 있는 잠재력

9명의 민주신당 예비후보들이 첫 번째 관문인 예비경선 통과를 위해 사활을 건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와중에도 특혜라고 할 수 있는 컷오프 면제대상 1순위로 거론하며 그의 합류를 기대하는 민주신당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문국현은 경선 참여 의사가 거의 없어 보인다. 신당에 대한 현재의 국민정서와 그가 걸어온 길을 감안해 볼 때 이러한 선택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는 '사람중심 진짜경제'라는 슬로건을 기치로 내세우며 경제대통령이면 아무래도 좋다는 국민들의 너무나 단순한 기대에 무혈입성한 이명박의 허상을 정면으로 깨는 것만이 지금의 다소 이르게 고착된 대선판도를 흔드는 길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범여권 후보들이 자신하는 시한폭탄 후보 이명박의 도덕적, 윤리적 검증보다 21세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짜 경제전문가 이명박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문국현의 생각은 옳다.

실제로 그는 아시아권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고안하고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점을 인정받는 거의 유일한 한국인 출신 글로벌 경영리더다. 이명박 스스로 세계적인 경제인들 중에 친구가 많다고 민망한 자랑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는 것과는 격이 다른 객관적 평가다.

문국현은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를 맹목적으로 좇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 있으며, 적어도 대기업 중심의 경제현실을 인정함으로써 고통 받고 있는 하도급 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실천하고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기업인 문국현에 대한 호감은 4조 2교대제, 평생학습 시스템, 윤리경영 실천 등에서 시작됐지만 정치인으로서 그를 최초로 인식한 계기는 천정배와의 정책연대 세미나에서 그가 제시한 비정규직 문제해결 방안을 기사를 통해 접하고부터다.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적용기준인 '채용기간'과 '강제정도' 논쟁에만 매몰되어 있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방안을 제시해서 눈길을 끌었었다. 잠시 그의 생각을 들어 보자.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골자로 한 비정규직 보호법안 내용에 2-3년 이상 유지된 업무는 상시적 일자리로 규정, 비정규직 대체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비정규직 채용확산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조치).

비정규직의 평생학습을 정부와 기업이 보장하는 장치(비정규직 학습기금 설치, 장기 비정규직 근로자 50만 명에 대해 교육훈련 제공, 비정규직 5% 학습 의무제 제정, 기업들은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 중 연간 5% 인력에 대해 학습휴가계획을 제출케 하고, 중소기업의 경우 5% 공백에 따른 직·간접적 비용은 정부가 지원)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하도급 관계 개선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UN 글로벌 협약(UN Global Compact)에 맞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 모든 상장기업의 경영공시에 하도급 관계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문국현의 처방은 그의 실천적 적용에서 도출된 성공적인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여전히 노동자의 희생을 우선시하거나 당연시하는 친재벌 중심의 정책을 치열한 고민 없이 수용해 오던 정치인들을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우승을 노리는 또 다른 페이스메이커

분명한 것은 민주신당을 중심으로 외통수 승부를 진행 중인 현재 상황에서 제 3 후보 문국현의 등장은 제 3 기 민주개혁정부 수립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아직은 미약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누구를 중심으로 국민을 설득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되었건 이명박으로 자동 수렴되고 있는 국민들의 지지행진에 제동을 걸고 한번쯤 관심 있게 쳐다볼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드는데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은 유시민과 문국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기존 정치인들과 구분되는 차별화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현실과 이상사이에 존재하는 제3의 대안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다.

이명박의 지지율을 깰 수 있는 것은 그의 자살골도 아니고, 범여권 후보 모두가 지금껏 해왔던 방식으로 검증 총공세를 퍼붓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국민들의 눈에 이명박의 모습과 그 대항마라고 할 수 있는 범여권 후보 누군가의 모습이 자꾸 비교되고 더 괜찮아 보일 때만 가능하다.

이명박과 정말 비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의 공약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무책임한 것인지를 직접 공격만 해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국민들 피부에 와 닿으면서도 이명박이 절대 제시할 수 없는 공약을 열심히 내놓고 겸손한 자세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유시민과 문국현은 국민들의 시선을 개혁진영으로 돌아 세우게 하고, 아무런 선입견 없이만 본다면 인정 받을만한 좋은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들이 본선에서 주역이 될지 조역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은 국민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지만 이 두 사람이 어렵게 마련할 반전의 계기를 잘 살려 이해찬, 한명숙, 신기남, 강운태, 김혁규, 김원웅 후보 모두가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끔찍한 집권을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제는 각자 자신의 위치와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상호간의 역할과 가치를 존중해 주어야 하며, 주권자인 일반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항상 먼저 생각해서 반영하겠다는 겸허하고 진솔한 자세로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어쩌면 최후의 순간까지 반전의 계기도 없고 국민의 선택도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비관적인 전망 때문에 상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찍어 내리거나 국민을 속여서라도 판을 바꾸어 보겠다는 생각에 올인한다면 1% 희망까지 없애는 지름길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