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journal정치

박근혜 "무원칙 공천, 당대표.지도부 책임져야"

이경희330 2008. 3. 23. 15:32
박근혜 "나는 속았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공천과 관련 "나는 속았다. 무원칙 공천에 대해 당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지원유세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xyz@yna.co.kr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안용수 기자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3일 4.9 총선 공천 결과와 관련, "한마디로 정당정치를 뒤로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였고, 과거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 얻은 천금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어리석은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천 결과에 대해 이같이 강력히 비판하면서 "저는 작금에 한나라당에서 일어나는 공천파동과 당 개혁 후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책임은 당을 더 개혁하지는 못할 망정, 이미 개혁되어 있는 것조차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시킨 당 대표와 지도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올해 초 공천완료 시기를 둘러싼 당내 파동 당시 당 지도부의 공정 공천 약속 사실을 상기한 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제가 속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어쩌면 속을 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 약속과 신뢰가 지켜지기를 바랐다"며 "그러나 결국 저는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향후 총선 지원 유세 여부와 관련, "제 선거도 있고, 지원유세 계획은 없다"고 총선 기간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머물 것이며,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는 당 소속 후보의 지원 유세는 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친박(親朴.친박근혜)계열 공천 탈락인사들이 주축이 된 `친박연대'나 `무소속 연대' 소속 출마 후보들의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제가 그분들을 지원할 수는 없다"며 "그 분들은 참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어떤 선택을 하건 간에 잘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공천 결과를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의 공천은 국민들에게 3가지 중대한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준 계기였다"며 "우리 정치의 수준, 경선에서 지면 끝이라는 것, 그리고 능력이나 국가관보다는 어떻게 해야 정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는 누가 공천을 받고 못 받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유리하고 불리했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이고, 우리 정치가 발전하느냐, 뒤로 후퇴하느냐에 대한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저는 대표시절 정치발전을 위해 힘들었지만 당 대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돌려주었다"고 강조한 뒤 "하지만 이번 공천에서 상향식 공천은 사라지고, 경선은 한군데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헌당규는 무시되었다. 당권-대권 분리도 지켜지지 않았다. 불공정한 공천문제로 당이 아우성인데, 심지어 당 대표가 비례대표 영입에 대해 대통령에게 칭찬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아실 것"이라고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당의 공천이 이렇게 잘못되게 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했어야 할 의무가 있는 당 대표와 지도부가 정치개혁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없고, 무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강재섭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며 당 지도부를 강력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당 지도부 비판 입장이 당의 선거결과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 "당을 그렇게 아끼고 선거를 걱정했다면 이런 식으로 무원칙한 공천을 해선 안됐다. 원인 제공을 누가 했느냐. 당의 통합은 어려운 것"이라며 "저는 경선 끝나고 나서 승복을 했고 지원유세도 했고, 경선과정에서 많은 것을 양보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했고, 오로지 요청했던 것은 공천을 공정하게 해달라는 한가지였는데, 그것조차 지켜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과거 국민들에게 드렸던 많은 약속들이 지금 깨져가고 있지만, 저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겠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권력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정당화할 수는 없다. 권력이 정의를 이길 수는 없다. 지속적인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을 다시 꼭 바로잡겠다. 그것이 국민과 당을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이고, 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gh@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